새정부 대출규제 풀까…"LTV높이려면 DSR·총량관리도 완화해야"

입력 2022-03-13 06:11   수정 2022-03-13 17:26

새정부 대출규제 풀까…"LTV높이려면 DSR·총량관리도 완화해야"
은행권 주장…예매마진 세부 공개에는 "제품 원가 밝히라는 셈" 반발
금리 상승기에 대출규제 전면적 완화 "위험"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오주현 기자 =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안정, 가계대출 관리 등의 명분으로 계속 좁아진 대출 문이 새정부 출범으로 다시 넓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에서는 일단 청년·무주택자 등 일부 계층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조정이 강조됐다.
은행권에서 이 공약 이행 과정에서 실효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전체 가계대출 총량관리 체계도 손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예대 마진 공시·관리 공약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면이 있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인 공개와 시정을 강요하고 것은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라며 우려했다.


◇ '청년 등 LTV 80%' 공약…"감독규정만 바꾸면 가능, 주택 매수 기회 확대 효과"
13일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하나로서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 LTV 상한을 80%로 높여 청년·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첫 주택 구매가 아니더라도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현재 은행권 LTV가 지역과 주택가격 등에 따라 20∼70% 수준이고, 수도권 규제지역 등에서는 대부분 40%를 넘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다음 정권에서 LTV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당장 LTV 상향 조정에 법과 제도상 제약은 많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LTV는 현재 은행업감독 규정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세부기준'에 따라 산출돼 지역·조건별 LTV 이내 범위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7년 6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시행 이전에는 전 지역에 공통으로 최고 LTV가 70%로 적용됐기 때문에 복원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신혼부부·청년·무주택자들의 최초 주택 구입을 지원할 목적으로 LTV 80%를 적용하는 부분도 필요하면 정부가 규정 내용 중 지역·조건별 사항을 재검토해 수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에 비해 낮은 LTV 적용으로 지금까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택 매수 대기자는 구입 기회조차 박탈당했지만, LTV를 올린다면 대출로 부족한 자금 여력을 채워 주택 매수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긍정적 효과도 기대했다.

◇ "LTV만 높이면 고소득자 혜택…DSR, 근거 법령없는 총량관리도 풀어야"
하지만 부동산 거래 정상화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라면, 현행 개인별 DSR 규제나 은행별 5% 안팎의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 등을 그대로 둔 채 LTV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개인별 DSR 규제 아래에서는 LTV 완화에 따른 대출 한도 증액 효과가 고소득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LTV가 40%에서 70%로 높아질 경우, 시세 9억원 아파트를 살 때 5천만원 연소득자의 대출 한도는 3억6천만원(40%)에서 3억7천3백만원(70%)으로 1천300만원 늘어나지만, 1억원 연봉자의 경우 3억6천만원(40%)에서 6억3천만원(70%)으로 3억원이나 증가한다.
정책 취지에 맞춰 청년층 등의 주택 대출 문을 넓혀주려면 DSR의 조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실수요자의 LTV 상향뿐 아니라 정책 수혜 대상자의 DSR, DTI(총부채상환비율)도 같이 완화돼야 정책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경우 금융 당국이 개인별 DSR을 도입하면서 강조한 '채무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한도 설정'이라는 목표는 일정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관리의 경우 근거 법령이 없고 권고 차원의 제도이기 때문에 바로 철폐될 수 있다"며 "총량 관리는 당국이 금융사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형태인 만큼, 연간 대출 총량 관리(2022년 기준 가계대출 평균 증가율 4.5% 수준)는 구두 지시만으로도 해제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 "국가 위기 차원에서 가계대출 관리해야…부분적 완화 바람직"
반대로 아직 가계대출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주기에는 금융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등 신용위험 급증은 거시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임박한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너무 많으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큰 국내 금융 시장 특성상 이자비용 등이 국가 차원의 리스크(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은 여전히 크고, 실제 혜택이 필요한 대상 위주로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LTV 80%' 공약에 대해서도 "향후 부실 발생 시 담보자산인 주택의 매각가율, 경매비용,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70%를 넘어 80% 수준은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예대마진, 지금도 분기보고서 등에 공시…적정성 판단 기준 있는지 의문"
소비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금융 공약은 예대금리차(마진)와 관련한 '공시제도 도입과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 담합 요소 점검'이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금융회사 이익은 지나치게 늘어나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우선 예대마진 공시 제도의 경우, 아직 공시 범위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은행권도 대비하기에 난감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지금도 달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소비자 포털)를 통해 해당 월에 신규 취급된 가계·기업대출의 신용등급별 평균 금리를 기준금리(지표금리)·가산금리·조정금리(우대금리)로 분해해 공개하고 있다.
원화예대금리차도 은행(금융지주)의 분기 경영보고서에서 명목상 순이자마진(NIM), 원화대출채권평균이자율, 원화예수금평균이자율 등 수익성 지표와 함께 공시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주기적 공시라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대출금리 추가 인하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가산금리에 포함된 더 세부적 비용 요인 등을 모두 공개하라는 뜻이라면, 제조업체에 제품의 모든 세부 원가 항목을 밝히라는 것과 같은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가산금리의 적절성을 검토한다는 공약 내용에 대해서도 '노골적 관치 금융'을 우려하는 견해가 많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의 적정성 등을 본다는데, 결국 적정 금리의 수준을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가산금리에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등으로 구성되는데 은행 간 업무원가에 큰 차이가 없다면 결국 대출금리의 차이는 각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정부가 은행이 전략적으로 산정한 목표이익률 등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한지, 어떤 근거로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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