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KB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입력 2022-03-13 06:35  

세계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KB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노조, 후보 선임 이유 설득 못해…정부기관 아닌 KB, 노조이사제와 무관"
70% 넘는 외국인 주주에 영향 미칠 듯…노조 다섯번째 후보 추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하는 의결권 자문 전문기관이다.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세계 투자자의 약 70% 이상이 ISS 의견을 유료 보고서 등을 통해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ISS 의견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외국인 주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25일 열릴 주총의 제6호(김영수 사외이사 선임안) 안건과 관련,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유했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지난 9일 KB금융그룹 이사회 사무국에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전달한 바 있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최근까지 임직원과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 KB금융[105560] 주식의 0.55%(214만5천994주)를 확보했다"며 "김 후보는 1985년 수출입은행 입행 후 홍콩 현지법인과 국제금융부 등에서 30년 넘도록 일한 해외투자 전문가"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ISS는 보고서에서 "노조는 김영수 후보의 해외 경험이 이사회에 가치 있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추천하고 있지만, 우리는 경력을 통틀어 그(김영수 후보)의 핵심 강점은 '은행 비즈니스'에 있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은행 비즈니스의 전문성은 다른 이사 후보자, 기존 이사들에서도 확인되고, 인프라나 도시개발과 관련된 그의 전문성이 KB금융그룹의 다양한 금융상품과 자산을 다루는 광범위한 해외 사업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KB금융 이사회가 노조 지명 이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KB는 정부 소유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KB는 이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ISS는 결론적으로 "노조는 (김 후보의) 이사 추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김영수 지명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vote AGAINST) 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ISS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내정한 신임 사외이사 후보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선임안(제2.7호 안건)과 기존 사외이사 6명의 1년 연임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다.
ISS의 반대로 오는 25일 KB금융지주 주총에서 KB금융그룹 노조는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충분한 찬성표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2021년 3분기 보고서상 지분 5.57%), 블랙록 펀드(6.02%)를 비롯해 KB금융지주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ISS 자문 의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SS는 앞서 2017년, 2018년, 2020년에도 KB금융 노조나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반대 의견을 냈다.
KB금융그룹 노조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당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선임에 실패했다. 2019년에는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손해보험에 법률 자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했다.
2020년의 경우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로서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지만, 역시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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