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수도까지 온 러시아…'키이우 공방전' 서전 시작

입력 2022-03-13 05:39   수정 2022-03-13 19:08

우크라 수도까지 온 러시아…'키이우 공방전' 서전 시작
러시아 키이우서 도심 25㎞ 지점까지 진격…우크라 결사 항전 태세
젤렌스키 "키이우 점령하려면 우크라이나인 다 없애야 할 것"
러·프·독 정상 통화…"푸틴 전쟁 끝낼 의지 없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개전 17일째로 접어든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둘러싼 '키이우 공방전'의 서전(緖戰)이 시작됐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도심에서 불과 25㎞ 떨어진 지점까지 육박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요새화하고 결사 항전의 결의를 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키이우 시를 둘러싼 키이우 주(州)의 소도시와 교외 지역에서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전이 이어졌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시의 서쪽과 북쪽, 동쪽을 반포위하는 형태로 키이우를 옥죄고 있다.
키이우 주의 바실키우에서는 오전부터 이어진 공격으로 연료 저장소가 불에 탔고, 군 공항 활주로가 완전히 파손돼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키이우 서북쪽 외곽의 이르핀에서는 일부 러시아군 병력이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였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AP 통신은 이르핀의 거리와 공원에 시신이 널려 있으며 사방에서 총탄과 포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과 자원군은 키이우 공방전을 준비 중이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도시 인구의 절반인 200만명 가량이 떠났다. 이제 모든 집과 거리가 요새화됐다"고 말했다.



키이우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도시 체르니히우에서는 도시 랜드마크인 '호텔 우크라이나'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체르니히우는 러시아군에 일주일 이상 포위된 상태다. 행정 당국자는 현재 이 지역의 전기, 식수, 가스가 바닥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12일째 러시아군에 포위된 아조우해(아조프해) 연안 도시 마리우폴 당국은 1천582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유엔인도지원조정실(OCHA)은 외부와 연결이 차단된 이 도시 주민들이 식량, 식수,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OCHA는 성명에서 "물자 공급 부족으로 인해 민간인 간 약탈과 폭력 행위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특히 의약품 부족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80여명이 대피해있던 마리우폴의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사상자 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 페레모하 마을의 피란 행렬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사전에 합의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대피하던 민간인을 향해 발포했으며, 어린이 1명을 포함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발포 후) 러시아군은 나머지 피란민들을 마을로 돌려보냈다"고 덧붙였다.
남부 멜리토폴에서는 전날 러시아군에 납치된 시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주민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갈수록 격렬해지는 무력 충돌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이날도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즉각적인 휴전과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프랑스 엘리제궁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비인도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며, 민간인을 방패로 삼고 교전지역에서 피란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밑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구체적인 협상카드를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팀이 서로 최후통첩을 교환하기보다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서방이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의 중재 노력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유대계 우크라이나인인 그는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예루살렘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도 했다.
또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군 1천3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미 1천억 달러(약 123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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