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0년…대미 무역 66% 늘고 10년째 무역흑자 유지

입력 2022-03-14 11:00   수정 2022-03-14 11:52

한미 FTA 10년…대미 무역 66% 늘고 10년째 무역흑자 유지
지난해 수출입 30% 증가…수출서 FTA 특혜관세 품목이 절반 가까이
농축수산물도 수입보다 수출 증가율 높아…신통상의제·철강232조 등은 한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5일로 발효된지 10년을 맞는다.
협상 당시 국내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며 난항을 겪은 한미 FTA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폐지 압박을 받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FTA 발효 후 무역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간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새 양국간 무역 규모가 66.1% 증가한 가운데 한국은 매년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냈으며, 미국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4배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양국 교역이 30% 가까이 급증했다.
또한 FTA 체결 당시 농축수산물 업계의 우려와 달리 농축수산물의 경우 수입보다 수출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 무역액 체결 …무역흑자 10년째 지속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첫해인 2012년 1천18억달러였던 양국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1천691억달러로 6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전체에 대한 무역규모가 1조675억달러에서 1조2천595억달러로 17.9%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 양국의 교역이 FTA를 계기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2012년 585억달러에서 959억달러로 61.1% 늘어났고, 수입은 433억달러에서 732억달러로 69.0% 증가했다.
대미 무역수지는 매년 흑자를 유지하며 2012년 152억달러에서 지난해 227억달러로 불어났다.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전 품목의 수출이 10년새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246.6%), 컴퓨터(259%), 냉장고(130.9%), 합성수지(244.9%), 건전지 및 축전지(634.6%) 등은 증가율이 세자릿수에 달했다.
대미 수입 품목 중에는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세가 가팔랐다.
2012~2013년 0달러였던 원유 수입액은 지난해 84억달러로 급증했으며 천연가스는 5천만달러에서 48억달러로, 액화천연가스(LPG)는 1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밖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도 27억달러에서 69억달러로, 자동차도 7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상대국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미국은 우리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이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가 됐다.



FTA 발효 후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총 482억달러로, 발효 전(2002~2011년 누적) 대비 98%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누적액도(지난해 3분기까지 기준)도 1천130억달러로, 발효 전 대비 282% 늘었다.
FTA 발효 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지속으로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선 한미 FTA 폐지를 내세운 통상 압박을 가하기도 했으나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도 더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 성공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이유진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한·미 FTA 10주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미국이 지적한 무역적자는 상품 무역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양국간 교역은 기존의 상호보완적인 구조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10년 전 한미 FTA 체결 추진 당시의 우려와 달리 농축수산물의 수출도 더 늘었다.
한·미 FTA 발효 후 농축산물 수출액(2012~2021년 평균)은 FTA 발효 전(2007~2011년 평균) 대비 95.2% 증가했으며 수산물 수출액도 FTA 발효 전 대비 평균 99.4% 증가했다.
농축수산물과 수산물 수입액은 각각 34.1%, 73.9% 증가했다.



◇ 지난해 수출입 크게 늘어…수출서 FTA 특혜관세 품목이 43% 차지
지난 10년간 한미 양국 간 교역이 전체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린 가운데 특히 지난해 수출입이 모두 크게 늘어 눈길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세 속에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양국간 교역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양국간 무역 규모는 1천691억달러로 전년(1천316억달러) 대비 28.5% 증가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출은 959억달러로 전년 대비 29.4% 늘었으며 수입은 732억달러로 27.3% 증가했다. 수입의 경우 금액과 증가율 모두 FTA 발효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자동차(8.9%), 자동차부품(25.8%), 반도체(21.4%), 컴퓨터(25.8%) 등 주력 품목이 선전했으며 석유제품(104.1%)의 증가세도 뚜렸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3.4%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수입은 국제 유가 상승에 원유가 55.8% 증가했으며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른 설비 투자 확대로 반도체제조용장비도 48.4% 늘었다.
국내에서 테슬라 자동차가 인기를 끌며 자동차 수입도 43.7% 늘었다.
수입이 늘었지만 수출 증가폭이 더 커 지난해 무역수지는 22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한미 FTA 특혜관세 품목 수출이 41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해 FTA의 영향이 수출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 FTA 발효 시점인 2012년 대비 220.4% 늘어난 규모다.
동기간 FA 특혜관세 미적용 품목의 수출은 19.7% 증가하는데 그쳐 FTA 효과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FTA 특혜 관세 품목은 최혜국대우(MFA)나 정보기술협정(ITA)보다 세율이 낮다.
FTA 특혜관세 적용 품목 수입도 2012년 109억달러에서 지난해 343억달러로 215.4% 늘었다.
지난해 상대국에 대한 투자 추이는 엇갈렸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 투자는 52억6천만달러로 전년보다 0.9% 감소했으나 한국의 대미 투자(3분기까지 누적)는 174억달러로 79.3% 급증했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수출액은 혼합조제식료품, 빵, 인스턴트 면 등 가공식품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4.8% 증가한 12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쇠고기(19.7% 증가), 커피(12.5%), 옥수수(31.4%) 등의 수입 증가로 전년 대비 16.4% 늘어난 103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 한미, 무역·투자 측면에서 성과…철강 232조 등 한계도
한미 양국은 모두 지난 10년간 FTA를 발판 삼아 무역·투자 확대라는 성과를 거둔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위기, 양자에서 다자로 국제 통상 질서의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조치 등은 도전 과제다.
디지털 무역, 기후변화, 인권 등 신통상의제도 향후 FTA 개정에 반영해야할 과제로 손꼽힌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상당한 수입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발전의 장애물이다.
일례로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해선 고율 철강 관세 철폐를 합의하면서 아직 한국에 대해선 물량 제한 합의안을 유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그러나 앞으로 양국 간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통상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코로나19로 공급망 위기가 촉발되면서 신뢰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와 국회 대표단은 한미 FTA 발효 10년을 맞아 이날부터 미국을 방문,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현황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특히 여한구 산업부 통상본부장은 방미 일정 중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미시간주 SK실트론 공장을 함께 방문해 양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사례를 살펴보고 다양한 핵심 산업에서 공급망 협력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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