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붕괴는 인재…무단 구조변경에 총체적 관리부실

입력 2022-03-14 10:00   수정 2022-03-14 10:35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붕괴는 인재…무단 구조변경에 총체적 관리부실
동바리 조거 철거해 연속 붕괴 초래…콘크리트 강도 기준에 크게 미달
시공사와 감리의 공사관리도 부실…국토부 사고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294870] 화정아이파크의 외벽 붕괴사고는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붕괴가 시작된 39층의 바닥 시공 방식이 설계와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됐고 3개 층에 걸쳐 있어야 하는 가설지지대(동바리)는 조기에 철거돼 연속적인 붕괴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는 원재료 불량에 시공 부실까지 겹쳐 강도가 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전체적인 시공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4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PIT)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다.



39층 하부부터 시작된 건물 붕괴는 23층까지 진행돼 16개 층 이상의 슬래브, 외벽, 기둥이 연속적으로 붕괴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조위는 건축 구조·시공 안전성 측면의 사고원인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먼저 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서는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39층 바닥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PIT층에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고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PIT층 바닥에 작용한 하중이 설계상에서 예상한 10.84kN/㎡보다 2.26배 높은 24.49kN/㎡으로 늘어났고,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설계대로 PIT층에 동바리를 설치했더라면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붕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사조위의 설명이다.
특히 현장에서 PIT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이에 따른 구조설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6∼39층 3개 층에 있어야 하는 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돼 건물의 연속 붕괴를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한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아줘야 하는데 사고 당시 현장에서 동바리는 철거되고 없었다.
동바리 조기 철거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에서 크게 미달한 것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사조위는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허용 범위인 기준 강도의 85%에 미달해 불합격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37층 슬라브와 38층 벽 등은 기준 강도(24MPa)의 허용범위인 85%(20.4MPa)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9.9MPa, 9.8MPa로 각각 조사됐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면 철근과 잘 붙지 않아 안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은 원재료 불량,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공관리와 감리에서도 건설자재의 품질관리 체계가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공사와 감리의 공사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 대한 검토 협조를 누락했으며 감리단은 거푸집 설치 및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았다.
특히 36∼39층의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한 것은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조사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 관련 법령 및 건설기준의 이행준수 확인 절차 개선 ▲ 공사감리의 독립적 지위 및 업무기능 강화 ▲ 건설자재납품 및 시공품질관리 강화 ▲ 협력업체 협력관리 제도개선 등의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규용 사조위원장(충남대 교수)은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 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의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재발 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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