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가능성 크지만 1998년 모라토리엄 때와 다를 듯"

입력 2022-03-14 10:31   수정 2022-03-14 17:04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 크지만 1998년 모라토리엄 때와 다를 듯"
금융시장 전문가들 "러 외환보유액 충분, 제재 등 인위적 요인으로 상환 어려움"
"사태 장기화하면 위험, 유럽·신흥국 시장으로 전이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1억1천700만달러 상당의 달러 표시 채권 이자 지급 만기일인 오는 16일 첫 고비를 맞게 된다.
시장에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의 장기신용등급을 'C'등급으로 강등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체계에서 'C'는 디폴트 직전 단계를 의미한다.
한국투자증권은 14일 러시아는 외화자산의 역외반출을 금지하는 자본통제를 하고 있어 상환 일정을 제대로 지킬지 불확실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제재로 자금의 원활한 이동이 막힌 점도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디폴트가 발생하더라도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 유예)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98년 때와는 다르다"며 "러시아는 1998년에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으나 지금은 돈은 있으나 인위적인 제재로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가도 현재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당시의 10배를 넘고 현재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도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공공부채 비율은 1998년 국내총생산(GDP)의 135%에서 올해 18% 수준에 그칠 전망이며 외환보유액은 6천억달러가 넘어 당장 돌아오는 채무를 갚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김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지속될수록 대외 위험이 상당히 커질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디폴트로 인한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채무 불이행이 제2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8년 당시 미국의 헤지펀드였던 LTCM은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보고 결국 파산했다. 이로 인해 당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고점 대비 24% 급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보유한 러시아 국채 등 자산 투자 포지션이 크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러시아 채무불이행 위험이 제2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위험 현실화가 예상하지 못한 신용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회수되면 차입거래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손실도 유럽 은행과 신흥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현재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빠른 속도로 해소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상당 기간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와 전쟁위험이 충돌하면서 글로벌 금리는 당분간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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