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기업 잇따라 군수물자 생산라인으로 전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에게 침공받은 우크라이나의 산업계가 국가 총력전을 방불케 하는 전시 체제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티모페이 밀로바노프 전 우크라이나 경제부 장관은 이 신문에 "우리는 전시경제로 이행했다. 이제는 스웨터를 만들던 공장에서 무기가 생산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주요 기업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쓴 채 잇따라 생산라인을 전시 체제로 전환하고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데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 코발스카 공업건설그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업무를 중단하고 보유 중인 600여 대의 중장비와 차량을 우크라이나군에 양도했다.
이 업체가 제공한 덤프트럭 일부는 이동형 대공미사일 포대로 개조됐다.
철강·채광업체 메트인베스트는 생산역량 전부를 대전차 장애물 제작에 쏟아부어 지난 10일까지 러시아군 전차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한 철제구조물 3천500개를 만들었다.
1957년 창업한 우크라이나 고급 여성화 업체 카초로우스카는 여성화용으로 구매한 이탈리아 고급 가죽까지 써가며 700켤레의 군화를 생산했고, 광고대행 업체 ISD 그룹은 러시아군 전사자와 포로의 사진, 전쟁의 참상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러시아에 대한 심리전에 앞장서고 있다.
WSJ는 우크라이나의 자선단체도 앞다퉈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계기로 결성된 단체 '컴백얼라이브'는 7억 흐리우냐(약 284억원) 규모의 무인기와 적외선 야간투시경, 방탄복 등을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러시아군에 대항할 자금과 물자를 조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을 돕고 피해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개설한 크라우드펀딩 계좌에는 현재까지 4억 달러(약 4천90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이 모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와 별개로 발행한 전시채권으로도 2억7천만 달러(약 3천3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다.
세르기이 니콜라이추크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부총재는 "정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일반적인 시장친화적 통화 수단에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전쟁 첫날부터 달라진 환경에 맞춰 이런 수단들을 조정해 왔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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