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도부 장관 임명, 34개주서 흙·물 가져와 기원 의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보르네오섬 수도 이전 예정 부지에서 기원 의식에 이어 캠핑까지 하며 강한 추진 의지를 천명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14일 대통령궁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오후 전용기를 타고 신수도 부지가 있는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의 중심 도시 발릭파판에 도착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신수도 부지의 '개발 원점'으로 이동해 기원 의식을 치르고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5일 자카르타로 돌아간다.
신수도 부지는 발릭파판 공항에서 135㎞ 거리로, 차량으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기원 의식에 인도네시아 전체 34개주의 주지사가 각 지역 전통 복장을 하고, 흙과 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흙과 물은 각 지방의 모든 부족과 종교를 상징하며, 이를 하나로 섞는 행위를 통해 수도이전의 원활한 추진을 기원한다.
이후 함께 각 지방을 대표하는 나무를 심은 뒤 나머지 주지사들은 돌아가고, 칼리만탄 5개주의 주지사들은 대통령과 함께 텐트에서 밤을 보낸다.
프라모노 아눙 내각사무처 장관과 에릭 토히르 국영기업부 장관,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부 장관 등도 캠핑에 참여한다.
당국은 이번 신수도 부지 대통령 캠핑을 위해 '개발 원점'에 물탱크를 설치하고, 임시로 전력과 통신사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신수도 명칭을 '누산타라'(많은 섬)로 결정하고, 국조(國鳥) 가루다를 형상화한 대통령궁 디자인을 확정했다.
그는 신수도법(IKN)을 지난달 15일 공포한 데 이어 이달 10일에는 신수도부 장관으로 과거 경제조정부 차관, 교통부 차관,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등을 지낸 밤방 수산토노(58)를 임명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신수도 부지에서 전체 주지사와 주요 장관들을 데리고 행사를 하는 것은 임기 내 수도이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당초 2024년 신수도 1차 입주 시작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 3월부터 정부 예산 대부분을 코로나19 대응에 쏟으면서 첫 삽도 못 뜬 상태다.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정부가 수도 이전을 검토했지만, 천문학적 비용 등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게다가 한국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의 신수도법도 위헌소송이 제기돼 실제 건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도 거의 절반이 지났다. 그는 2019년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며 2024년 2월 28일 차기 대선이 예정돼 있다.
여당 연합은 개헌을 통한 조코위 대통령의 3연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반대 여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대선 연기를 통한 집권 연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 경제회복과 함께 '신수도 건설'도 이유로 꼽았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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