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백신접종팀 8명 피살, 영양실조가 홍역 확산 부추겨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의 위협에도 어린이를 위한 소아마비 백신에 이어 홍역백신 접종 캠페인이 시작됐다.
일부 이슬람주의 세력이 예방접종을 '서방의 음모'로 규정하고 백신접종팀도 '스파이 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해 적대적 행위를 가하고 있어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톨로뉴스와 dpa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가니스탄의 생후 6∼59개월 영유아 120만명 이상을 목표로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을 일주일 동안 진행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WHO는 아프가니스탄 보건부가 전국 34개주 가운데 24개주의 49개 지역에서 홍역백신을 영유아에게 접종하도록 지원한다.
WHO는 아프간 부모들에게 홍역 예방접종으로 자녀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한편 모든 이들에게 접종팀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소아마비 백신접종팀 8명이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쿤두즈주에서 집마다 방문해 백신을 접종하던 인력 7명, 이웃한 타크하르주에서 1명 등 총 8명이 4건의 총격 사건으로 사망했다.
쿤두즈주 경찰은 접종팀을 총으로 쏴죽인 일당 4명을 체포했고, 이들이 '반(反) 탈레반' 저항세력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의 사주를 받았다고 자백했다고 12일 발표했다.
NRF는 이에 대해 탈레반의 선전·선동이라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아프간에서는 2010년부터 소아마비 예방접종 활동이 이뤄졌으나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은 예방접종을 '서방의 음모'라며 반대하고, 백신접종팀이 '스파이 짓'을 한다고 의심해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탈레반 역시 과거에는 접종팀이 자신들의 점령지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으나, 작년 8월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같은 해 11월부터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 활동을 허용했다.
탈레반은 최근 홍역이 기승을 부림에 따라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도 이번에 허용했다.
작년 8월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국제사회가 상당수 원조를 중단한 뒤 아프간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며 어린이 영양실조가 심각하다.
영양실조는 면역력을 떨어트려 어린이들 사이에 홍역 같은 질병 확산을 부추기고, 사망 위험성을 극대화한다.
WHO는 아프간에서 2021년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누적 4만8천여명이 홍역에 걸리고, 2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들어 홍역 발병 건수가 크게 늘면서 142명의 어린이가 숨졌다며 심각함을 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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