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186조 국가부도' 향해 가는 러시아…100여년만의 처음

입력 2022-03-15 17:34   수정 2022-03-15 17:36

[우크라 침공] '186조 국가부도' 향해 가는 러시아…100여년만의 처음
16일 달러화 국채 1천450억원 이자 만기…러 재무 "루블화 지급 준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100여년 만의 첫 국가부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 7억3천만달러(약 9천억원)의 지급일이 도래한다. 우선 이 중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억원)의 이자를 오는 16일까지 지급해야 해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와 관련한 지급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무부는 이자를 달러로 지급할지 아니면 루블로 지불할지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면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루블화로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서 "그것이 디폴트(채무불이행)인가?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계좌를 동결해 러시아를 '인위적 디폴트'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16일 2건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했다.
이달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합의된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달러화 국채는 모두 루블화 상환이 가능하다는 옵션이 없다.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한다면 약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국채의 디폴트를 맞았고,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를 선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한 '비우호국가'의 투자자에게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을 내리자 러시아가 채무 상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화보유액은 6천400억달러(약 797조원)인데 그 가운데 3천억달러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같은 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국채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채권자 또는 신용평가사,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산하 위원회가 루블화 지급에 대해 신용 사건이라고 결정하고 유예기간 내에 달러화로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낸 것으로 결정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은 "러시아 회사채 디폴트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점이 큰 위험"이라면서 "러시아 기업의 대외부채는 국가 대외부채의 4배 이상"이라고 AFP에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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