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격·허위정보·가짜깃발 작전…시리아·우크라이나 닮은 꼴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는 시리아인들이 '무시무시한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쏟아붓는 공격 방식, 이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 전쟁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국제 제재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와 양상이 시리아 내전과 똑 닮아서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의 발단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였다. 정부가 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정부와 무장 반군,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등 다방면의 갈등으로 번졌다.
반정부 시위대가 무기를 들기 시작하자 정부군은 반군에 포탄을 쏟아부었다. 정부군은 반군 점령지역의 학교, 병원, 주택가를 향해 무차별 폭격했다. 반군 도시를 포위하고 식수·식량을 차단해 '고사 작전'에도 돌입했다.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이나 포위 작전 등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벌이는 작전과 거의 똑같다.
당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해 국제적 제재가 폭탄처럼 쏟아졌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금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알아사드 정권의 주요 후원자가 러시아라는 점도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또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을 테러조직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낙인찍는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반군이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려고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가짜 깃발' 작전을 활용했다. 모두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구사하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어 시리아 내전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고 NYT는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013년 8월 반군 지역인 다마스쿠스 인근에 화학무기를 투하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당시 이 공격으로 1천4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다. 내전 중 화학무기 공격이 최소 350건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내전에 적극 개입한 이후 화학무기 사용이 급증했다. 푸틴 대통령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무기를 사용하도록 했다는 분석이 많다.
시리아인들은 노골적인 전쟁범죄에 대해 서방 국가의 군이 개입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서방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 무기 사용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했지만 미군의 개입은 없었다.
서방 국가의 직접 개입 없이 러시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미국 등 서방은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했지만 현장에선 이 무기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에게 넘어가기도 했다.
다만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차이점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인접국을 침공한 것이 아니라 자국 내 통제권을 차지하려고 내전을 벌였다는 점, 시리아는 핵무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곳이 유럽과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중동 지역이었다는 점 등이다.
핵무장국인 러시아에 대한 군사 개입은 훨씬 더 신중해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유럽 대륙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중동 국가와는 달리 매우 엄중한 대응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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