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품 등 5개사, 검찰 고발…출고량 조절·생산량 감축 등 다양한 수단 총동원
공정위, '담합 창구' 한국육계협회 별도 제재 예정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치킨, 닭볶음탕 등에 사용되는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이 12년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또 적발됐다.
공정위는 육계 신선육 시장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하림[136480] 등 16개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천758억2천300만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씨.에스코리아의 경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과징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088910], 마니커[027740], 체리부로[066360] 등 5개사에 대해서는 법 위반행위 가담 정도 및 주도 여부, 공정위 조사 협조 여부, 과거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11월 25일∼2017년 7월 27일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량, 병아리 입식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담합했다.
이때 16개 사업자가 구성 사업자로 가입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모임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가 주요 창구가 됐다.
이들은 통분위 등을 통해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등을 합의하고, 상호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거나 담합으로 판매가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하림, 올품 등 14개사는 16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를 산정하는 요소인 제비용(도계 공정에 드는 모든 경비),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할인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할인 대상 축소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서로 가격 할인 경쟁도 제한했다.
16개사는 2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는 방법으로 출고량을 줄이기도 했다. 도계된 육계 신선육을 시중에 공급할 경우 공급량 증가로 판매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육계 판매가를 구성하는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도 했다.
통분위 회의 자료에는 이들이 복날 성수기 동안 생계 시세를 올리려고 외부 구매·냉동 비축을 합의하고, 담합을 통해 생계 시세가 1㎏당 300원 올라 사업자들이 총 136억원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 사실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 업체는 9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핵심 생산 원자재인 종란(달걀)과 병아리를 폐기·감축하는 방식으로 육계 신선육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이들은 심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출고량·생산량 조절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점이 없고, 정부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없다고 봤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조홍선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기간이 길고 관련 매출액이 12조원이라서 과징금이 많은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2% 정도로 다른 사건보다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06년에도 하림 등 15개 사업자들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6억6천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담합은 과거 사건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또 진행됐다.
조홍선 카르텔조사국장은 "시정 조치에도 재차 발생한 담합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 식품·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생계 위협형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에 가담한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에 대해서도 별도로 심의 후 제재할 계획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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