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부패 취재하며 협박받던 인터넷 매체 기자 숨진 채 발견
멕시코 대통령, 국제사회 우려에 '간섭 말라' 격앙된 반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전 세계에서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히는 멕시코에서 또 한 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멕시코 중서부 미초아칸주 검찰은 인터넷 매체 '모니토르 미초아칸'의 아르만도 리나레스 국장이 15일(현지시간) 저녁 집 근처에서 총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리나레스 국장은 올해 들어 멕시코에서 살해된 8번째 언론인이다.
지난 1월 말 같은 매체 기자 로베르토 톨레도가 살해된 데 이어 모니토르 미초아칸에서만 2명째 목숨을 잃었다.
톨레도 사망 후 리나레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도 여러 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리나레스에 따르면 그의 매체는 미초아칸의 제왕나비 보호구역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법 벌목이나 지방정부의 부패 등을 취재해왔다.
미초아칸주는 마약 밀매를 넘어 불법 벌목과 아보카도 농장 착취 등까지 일삼는 범죄 조직들 탓에 멕시코 내에서도 강력범죄가 많은 지역이다.
멕시코는 거의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 피살 사건이 발생하는 곳이다.
카르텔의 범죄나 당국의 비리 등을 캐던 기자들이 협박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다.
국경없는기자회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만 150명 가까운 멕시코 언론인이 살해됐다.
살해범이 붙잡혀 유죄 판결까지 받는 비율은 극히 낮고, 위협에 시달리는 기자들에 대한 당국의 보호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한 기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일부 기자들을 '부패한 용병'으로 지칭해,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반복되는 참사에 멕시코 안팎 언론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트위터에 "올해 살해된 멕시코 언론인들의 수,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가해지는 계속되는 위협이 우려스럽다"며 "멕시코 언론인들을 위한 더 많은 책임과 보호를 요구하는 것에 나도 동참한다"고 썼다.
유럽의회는 지난 10일 결의문을 통해 "인권운동가와 언론인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활동하기 위한" 멕시코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며, 특히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언론인에 낙인을 찍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회의 우려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블링컨 장관을 향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간섭'하지 말라고 했고, 유럽의회의 결의문에 대해서도 "멕시코 정부에 반대하는 부패한 단체의 반동 전략에 (유럽의회 의원들이) 양 떼처럼 동참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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