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16일(현지시간) 영상 통화를 하고 3주 넘게 지속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교회 측은 관련 성명에서 "양측이 지속적인 평화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정의로운 평화에 도달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아울러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인도주의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전쟁이 발발한 이래 두 종교 지도자가 직접 소통한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양측이 상반되는 시각을 내비치며 불편한 관계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와중에 이뤄진 접촉이라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옹호해온 키릴 총대주교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며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해 물의를 빚었다.
반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개석상에서 "용납할 수 없는 무력 침략", "대학살"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간접적으로 러시아 측을 비난해왔다.
교황은 이날 수요 일반알현에서 인류를 절멸시킬 "핵전쟁의 망령"을 언급하며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교황은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 정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 간 관계 개선을 위해 키릴 총대주교와의 두번째 대면을 의욕적으로 준비해왔다.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고자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다는 뜻도 피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해 중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교황은 2016년 쿠바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얼굴을 마주한 바 있다. 이는 1054년 '대분열' 이후 가톨릭-정교회 수장의 첫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 정교회는 동방 교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종파로, 약 1억 명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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