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커져…한국 연말 1.75∼2.00% 예상
한은 "FOMC 다소 매파적이지만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미국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내 6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올해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 미국 기준금리 연말 1.75∼2.00% 전망…양적긴축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p) 올렸다.
아울러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이번 인상을 포함해 올해 모두 7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위원 중 다수가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를 1.75∼2.00%로 제시했는데, 이는 나머지 6차례 회의에서 계속 0.25%포인트씩 올려야 이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다수 의견이 실행되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더 인상하지 않으면, 두 나라 사이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0.75∼1.00%포인트 한국이 높은 상태에서 연말에는 0.50∼0.75%포인트 미국이 우위인 상태로 역전된다.
더구나 연준은 FOMC 회의 후 성명에서 다음 회의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국채, 정부기관채권, 정부기관 MBS(주택저당증권) 보유량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다.
◇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압박 커져…3차례 더 올리면 연말 2.00%
연준의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 연내 6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예고 등은 다소 '매파적'(hawkish·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투자은행 등에서 나오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 역시 연준 FOMC 회의 후 17일 주재한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기조적 달러가치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꼭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근 급등한 물가만으로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4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한 차례 더 올리더라도 통화 긴축정책으로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금통위 회의에서 다른 금통위원들도 대부분 "물가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의사록에서 확인됐다.
시장은 대체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0.25%포인트씩 인상을 가정하면, 연내 2∼3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만큼, 4월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당장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권 교체 등에 따라 후임 한은 총재 인선이 늦춰져 다음달 14일 회의 전까지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공석일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5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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