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아이들' 표식에도…수백명 대피 마리우폴 극장 폭격당해

입력 2022-03-17 10:42   수정 2022-03-17 12:52

[우크라 침공] '아이들' 표식에도…수백명 대피 마리우폴 극장 폭격당해
가족·아이들로 가득 찬 영상 공개돼…러 국방부는 공습 부인
마리우폴 2주 넘게 집중 포격 피해…시민 30만명 도시에 갇혀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도시에 대한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는 러시아가 어린이를 포함한 수백명의 민간인이 대피한 마리우폴의 한 극장을 폭격했다고 16일(현지시간) BBC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리우폴이 있는 도네츠크주 고위 관리는 폭격을 당한 극장 건물에는 러시아군 공격을 피해 들어온 마리우폴 시민 수백명이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BBC에 1천∼1천200명의 시민이 이 건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의용대인 '아조우(아조프) 부대'는 어린아이와 그 가족들로 가득 차 있는 이 극장 건물 내부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영상에서는 아기울음 소리도 들린다.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14일 촬영한 사진에는 건물 앞과 뒤쪽 2곳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을 뜻하는 단어가 흰색으로 크게 적혀 있다.
이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막기 위해 극장 건물에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공습으로 극장 건물 양쪽 벽과 지붕 대부분이 무너지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사상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성명에서 러시아군의 극장 건물 폭격을 규탄하며 "러시아군 비행기가 평화적인 마리우폴 시민 수백명이 숨어있던 건물에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습을 부인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군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2주 넘게 이곳을 포위한 채 집중 포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까지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병원과 교회, 아파트 건물 등 민간건물도 무차별 공습 피해를 봤다.
마리우폴 당국은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최소 2천400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신 대부분은 공동묘지에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계속된 러시아군 포격으로 30만명가량의 시민이 수도와 전기, 가스 공급이 차단된 채 폐허로 변한 도시에 갇혀있다.
이런 와중에도 마리우폴을 빠져나오려는 차량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러시아군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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