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전장에 버려진 반려동물…사자·호랑이도 있어

입력 2022-03-17 11:39   수정 2022-03-17 11:45

[우크라 침공] 전장에 버려진 반려동물…사자·호랑이도 있어
"우크라이나에선 적정 시설 갖추면 맹수 사육도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거처를 버리고 떠나자 이들이 키우던 동물들이 방치된 상태라고 영국 BBC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이렇게 돌봄이 중단된 동물들이 수천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사자·호랑이·곰·늑대·악어·뱀 등 일반 반려동물이 아닌 종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에선 적절한 사육 시설이 구비돼 있다면 개인이 이런 동물을 키워도 불법이 아니라고 BBC는 설명했다.
BBC는 이런 사례 중 하나로 주인을 잃은 두 살 된 암사자 '루라'의 사연을 전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호스토멜에서 개 1천마리와 고양이 200마리 등을 돌보는 동물보호소를 운영 중인 아샤 세르핀스카(78)는 지난 2일 이웃의 사육시설이 러시아군 포격으로 불타는 광경을 목격했다.

곧장 안으로 뛰어들어 새와 토끼, 여우 등을 우리에서 풀어준 세르핀스카는 이웃이 사자를 키우고 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결국 인근을 뒤져 건물 지하실에서 루라를 찾아냈다.
아샤는 "루라는 먹이를 줄 사람도 없었다. 상당히 불안해하는 듯 보여 개 사료와 물을 줬다"고 말했다.
세르핀스카는 이후 9일간 러시아군의 포격이 쏟아진 탓에 대피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물보호협회 활동가인 이리나 코로브코는 "개인이 사육하던 수천 마리 동물이 전쟁으로 갑자기 마주하게 된 이런 상황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사자 6마리가 구출돼 폴란드 동물원으로 인계된 후 스페인, 벨기에의 보호소로 옮겨지기도 했다.
구조 단체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쇼핑센터 내 작은 우리에 갇혀 있다 가까스로 구조됐다.
단체는 다른 한 마리는 아파트에서 반려동물로 키워졌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유흥시설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사육됐다고 설명했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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