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러시아,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도자 건강 상태 숨겨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에서 제기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0년부터 푸틴 대통령을 지켜본 여러 사람이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그가 보인 과격한 행동을 두고 '비이성적이고 냉철한 통제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달리 푸틴 대통령의 겉모습이 부어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까닭에 서방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암이나 뇌종양 등을 앓고 있거나 스테로이드 중독에 빠졌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짐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푸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편집증 때문에 모스크바에서 수개월 동안 고립된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푸틴은 항상 계산적이고 냉정했지만, 이번은 다르다"며 "그는 변덕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크렘린궁은 16일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며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정신 상태는 정상적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과거 소련 또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정상의 건강 상태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은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발표 또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고 의심한다.
1964년부터 소련을 이끈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은 1970년대 후반에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을 앓고 있었지만 자국 방송과 측근들은 전 세계에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1982년에 사망했다.
콘스탄틴 체르넨코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또한 최고 지위에 올랐을 때 병을 앓고 있었으나 정부는 이를 감췄다.
1985년 2월 체르넨코가 지도부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방송 연설을 할 때 크렘린 궁은 그가 입원하고 있던 병실이 마치 집무실인 것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체르넨코는 한 달도 안 돼 심각한 폐기종, 울혈성심부전 등 증세로 사망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또한 심각한 알코올중독 증세 등을 보였으나 측근들은 은폐했다.
수년간 심장질환을 앓고 알코올중독도 극복하지 못한 그는 1999년에는 외모가 붓고 말끝도 흐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결국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며 후계자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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