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푸틴, 반제재법 서명…임대 항공기 계속 보유·운용 허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항공산업이 큰 도전에 직면한 러시아가 서방 리스회사가 소유한 상업용 항공기 수백 대를 압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크렘린궁 성명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 항공사들이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 업체에서 임대한 항공기들을 러시아에 등록할 수 있게 하는 반제재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는 러시아 항공사가 임대 항공기를 계속 보유하면서 국내 노선에서 운용할 수 있게 하고, 외국 기업은 러시아 정부 승인 없이 항공기를 회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임대회사들에 러시아 항공사에 임대한 모든 항공기를 이달 말까지 회수하도록 하는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에어버스(EADSF)와 보잉(BA) 같은 서방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이미 항공기 유지 관리와 안전 비행에 필요한 예비 부품에 대한 러시아 항공사의 이용을 차단한 상태다.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러시아 항공사들은 에어버스 항공기 305대와 보잉 항공기 332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운용 중인 항공기 중 러시아 국내산은 144대에 불과하다.
외국에서 제작된 항공기의 85%는 임대업체 소유로 그 가치는 총 124억 달러에 달한다.
외국 임대회사들이 러시아 내 항공기 소유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러시아 항공기의 해외 운항을 금지하는 제재로 러시아 항공사들은 현재 국내선만 운항할 수 있다.
임대회사들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에 대한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항공사들은 임대한 항공기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이용할 수 없고 항공기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유효한 감항능력(堪航能力) 증명서도 발급받을 수 없어 러시아 항공산업은 물론 경제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러시아는 국토가 미국의 두 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로 경제가 돌아가게 하려면 자체 항공산업이 필요하다"며 "항공산업은 러시아 경제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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