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산 징후?…유럽에서 확진자 다시 늘어 방역당국 긴장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크게 수그러들었으나 일부 지역의 생활하수 속 코로나바이러스 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집계하는 '전국하수감시시스템'(NWSS) 데이터를 보면 2월 26일∼3월 12일 사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출을 위해 하수를 채취해 분석한 채취소 398곳 중 약 38%인 152곳에서 15일 전과 견줘 코로나바이러스의 수준이 증가했다.
증가율이 1∼9%인 곳은 13곳(3%), 10∼99%인 곳은 33곳(8%)에 그친 반면 증가율이 100∼999%에 달한 곳은 62군데(16%)나 됐고, 1천%는 넘긴 곳도 44군데(11%)에 달했다.
나머지 62%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수준이 감소했다.
NWSS는 미 전역에 698곳의 하수 채취소를 운영 중인데 이 기간 데이터를 보고한 곳은 398곳에 그쳤다.
하수를 통한 코로나19 감시는 이 질환의 확산·퇴조 양상이나 변이의 출현 여부를 조기에 알려주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배설물을 통한 바이러스 배출이 대체로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가거나 검사를 받기 전에 나타나기 때문에 CDC는 하수 감시가 다가올 유행이나 신종 변이의 출현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 시스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승세는 아직 국지적 현상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계통 변이인 'BA.2'(일명 스텔스 오미크론)가 우세종으로 올라선 영국·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방역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지금껏 영국 등 유럽의 코로나19 추세는 몇 주 뒤 미국에 닥칠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경고등 역할을 해왔다.
미국에선 여전히 오미크론 변이(BA.1)의 비중이 신규 감염자의 66.1%를 차지하며 우세종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BA.2의 비중이 상승하는 중이다.
BA.2는 1월 22일 기준으로 0.4%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히 높아져 3월 5일에는 13.7%, 3월 12일에는 23.1%로 올라섰다.
콜럼비아대학의 와파 엘사더 교수는 하수 속 바이러스 수준의 증가에 대해 사람들이 주의해야 한다는 신호라면서도 다만 "아직은 사람들이 두려워해야 할 때라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16일 기준 미국의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주 전보다 43% 감소한 3만1천152명으로,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때는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전이다.
마리아 밴 커코브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은 16일 아시아와 유럽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BA.2가 전 세계적 확진자 증가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밴 커코브 팀장은 "방대한 양의 허위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오미크론은 경미하다는 허위정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났다는 허위정보, 이것(오미크론)이 우리가 상대해야 할 마지막 변이란 허위정보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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