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한 홍콩 기자가 '중국 의료진에 대한 불만은 어떤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가 친중 진영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6일 홍콩 유료채널 나우TV의 기자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홍콩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중국 의료진에 불만이 있으면 환자들이 어떻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친중 단체인 홍콩정연회는 해당 기자가 '헤이트 스피치'를 퍼뜨리고 있으며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비난하는 온라인 청원을 개시했다.
홍콩정연회는 중앙 정부나 홍콩 정부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증오심을 촉발하려는 자는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면서 해당 기자의 해고를 주장했다.
렁춘잉 전 행정장관은 소설미디어를 통해 "그 기자는 뇌에 문제가 있거나 악의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친중 매체 대공보는 해당 기자의 사진을 신문에 싣고 기자의 질문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친중 진영의 공세에 나우TV는 결국 사과했다.
나우TV는 17일 성명을 통해 "우리 기자가 본토 의료진과 관련해 제기한 질문이 일으킨 관심과 불만에 깊이 사과한다"며 "코로나19 5차 확산이 여전한 가운데 우리는 중앙 정부와 본토의 사심 없는 지원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나우TV 보도 책임자가 해당 기자의 질의는 자신이나 방송국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기자들에게 질문은 상관의 허가를 받아 할 것을 지시했다고 나우TV 내부 회의 녹음 파일을 입수해 18일 보도했다.
또한 해당 기자의 해고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나우TV는 홍콩 부동산 재벌 리처드 리가 이끌고 있다.
SCMP는 "이번 사건은 야권의 지지를 받은 빈과일보, 입장신문, 시티즌뉴스의 폐간에 이어 홍콩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했다"며 "앞서 폐간된 세 매체는 모두 렁 전 행정장관의 공격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홍콩기자협회는 나우TV가 사과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언론인의 업무를 각자의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나우TV 기자의 중국 의료진 관련 질문은 이미 그 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돼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환자들의 민원은 홍콩 의료위원회가 처리하고 있는데, 해당 위원회에는 중국 의료진에 대한 불만을 처리할 권한이 없다.
앞서 홍콩 정부는 지난달 24일 비상 지휘권을 발동해 중국 의사와 간호사들이 홍콩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현행법상 중국 의료진은 홍콩에서 관련 시험을 통과하고 면허를 등록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진료할 수 없다.
그러나 홍콩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체계가 한계 상황에 다다르자 당국은 중국 의료진의 현지 진료를 허가했고, 최근 중국 의료진 300여명이 홍콩에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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