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G2 국제통상 주도권 경쟁…무대는 인도·태평양

입력 2022-03-19 05:30  

다시 불붙는 G2 국제통상 주도권 경쟁…무대는 인도·태평양
美 바이든 정부, 역내 경제협력 구상 추진…中 영향력 견제 성격
한국도 참여 대상…"미중 아태지역 블록화 경쟁, 새로운 양상 전개"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국제 통상질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샅바 싸움이 다시 벌어진다.
인도·태평양이 바로 그 무대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 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준비 중인 카드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협력 구상으로, 한국도 참여 대상에 올라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환영 입장을 밝혔다.


◇ 미국, 인도·태평양 경제협력 추진…"중국 영향력 견제 의도"
미국은 아직 IPEF의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 무역 촉진 ▲ 디지털 경제와 기술의 표준 ▲ 공급망 회복력 ▲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 ▲ 인프라 ▲ 노동 표준 등의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때 이런 구상을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전통적인 무역협정이 아니라 많은 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하고 포괄적인 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만들지 않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촉진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국제 공급망 문제 등도 감안해 미국 주도의 국제 통상 규범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IPEF 초기 참여 대상국으로는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거론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의 2022년 통상정책 방향 및 주요 이슈별 현황' 보고서에서 "미국의 IPEF 참여 기대 국가의 대부분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당사국임을 고려할 때 RCEP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과 호주·중국·일본·한국·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FTA다. 미국은 빠져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교역 규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발효됐다.


◇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유산도 영향…바이든 대안 모색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경제협력 구상을 추진하는 것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산과 관련돼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다.
RCEP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FTA를 노린 TPP에는 미국, 일본,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멕시코,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 GDP의 40% 가까이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직후 TPP를 탈퇴하면서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올렸다.
미국이 빠지자 나머지 참여국이 협정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이름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바꿨다. 중국은 지난해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우리나라는 다음 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FTA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세 장벽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FTA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대안으로 IPEF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무역협회 주최 '한미 FTA 10주년 세미나'에서 "IPEF가 미국 민주당 정권이 만든 TPP의 2.0 버전이 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논의의 밑거름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얼마나 많은 국가가 참여할까…한국은 '환영'
IPEF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인도의 참여는 불투명하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는 RCEP 협상에 참여했다가 탈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월 관련 보고서에서 "일부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은 반중국 동맹으로 여길 수 있는 곳에 참여하는 것을 경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IPEF에 대만을 끌어들일 경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은 물론 미중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국의 영향력이 큰 RCEP 발효, 미국의 IPEF 추진은 아태지역을 둘러싼 양 강대국의 블록화 경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조만간 IPEF에 대한 정부 입장을 미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IPEF를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여긴다"며 "우리는 미국 리더십이 역내로 복귀한 것을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안보와 한미 동맹 재건을 강조한 만큼 IPEF 참여가 예상된다.
한편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한중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대외경제 관계가 중요한 만큼 국제사회의 다양한 협의체에 참여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키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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