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후 천문학적 예산 투입했지만 현대화·정예화 목표 미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대화와 정예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은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푸틴 대통령 집권 후 10년 이상 각종 지원을 받은 뒤 첫 번째 시험대로 볼 수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3주간 러시아 군에서는 4명의 장군을 포함해 7천 명의 전사자가 나온 것으로 미국 국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저항 없이 항복할 것이라는 정보 분석상의 실패를 제외하더라도 러시아군 자체가 대규모 공격에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등에서 작은 규모의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면서 진격해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일단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장비 현대화가 목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10년 넘게 러시아군 현대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사거리가 2배인 유도 미사일과 함께 야간 전투에 대비해 열 광학 시스템까지 장착한 T-72B3 탱크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탱크는 1980년대에 설계된 T-72A와 B모델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제90 탱크사단과 제41합동군이 러시아의 자체 현대화 계획에서 뒷순위였던 서부사령부와 중부사령부 산하이기 때문이다.
통신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러시아군은 암호화된 통신 장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일반 전화나 무전기로 작전 지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이동이나 공격 계획 등 작전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병력 정예화도 구호에만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드론 동영상을 비롯해 위성 사진 등 각종 영상을 살펴보면 러시아군의 각종 차량은 좁은 간격으로 줄지어 이동하면서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벤 호지스 예비역 미국 육군 중장은 이 같은 러시아군의 모습에 대해 "훈련이 부족하고, 기강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공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훑어져 이동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 같은 명령을 내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호지스 중장은 "인간은 위험을 감지하면 될 수 있는 대로 뭉치는 것이 본능"이라며 "러시아의 어린 병사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의 25%가 직업군인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군사 전문가인 마이클 클라크는 "크고 현대화된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였다"면서 "그러나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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