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에 펌프 못 돌리자 수돗물도 끊겨…곳곳서 물배급차 대기 행렬
서민에게 생수 '그림의 떡'…생수 가격 2배, 끓여 먹는 물도 3배로 올라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발발 14개월째를 향해 가는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에서 최근 식수난이 심화하고 있다.
곳곳에서 '식수 배급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현지 SNS에 잇따라 올라오는가 하면 지하수 끓인 물과 생수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시민들의 고충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서민들은 전기도 하루 몇 차례씩 끊기는 상황에서 먹을 물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자 살기가 이곳저곳에서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최근 띤깐쥰, 노스 오깔라빠, 사우스 오깔라빠, 노스 다곤, 사우스 다곤, 이스트 다곤, 다곤 쎄이깐, 따케타, 달라 등 양곤의 주요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잦아지면서 수돗물 공급도 중단돼 시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는 세대별로 펌프를 갖추고 수돗물을 공급받는 형태다.
이러다 보니 정전이 돼 펌프가 작동하지 못하면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없다.
특히 서민 아파트의 경우에는 단전이 상대적으로 더 잦아 원성도 더 크다.
노스 다곤구에서 가장 큰 서민 아파트 단지인 마하미양에 사는 쩌 민 나웅(가명·45)씨도 기자에게 심각한 식수난에도 방관하는 군정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전기가 끊어지면 숯불로라도 밥은 해먹을 수 있다. 그런데 물이 끊기면 생활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군정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는 양곤의 한 서민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고 없이 하루에도 서너 차례 수 시간씩 단전이 된다.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고 손빨래에 의존한다.
또 갑작스러운 단수에 세수도 하지 못하고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양곤 남동부 따케타구에 사는 웨이 딴(가명·29)씨는 요새 수돗물을 배급받아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며칠 동안이나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모두가 너무 고생했다. 요즘은 자선단체에서 날마다 물차를 보내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다만 하루 한 차에 백여 가구 정도만 물을 배급받을 수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군정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을 때 생수를 사 먹는 사람들은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이들이다.
가진 게 없는 서민들에게 생수는 '그림의 떡'이다.
기자가 만난 노스 다곤구의 한 시민은 "서민 입장에서 비싼 생수를 사 먹을 수는 없어 호숫물이나 지하수를 받아 파는 행상들에게서 물을 사 끓여먹는다"면서 "그런데 이 '생활용수' 값도 최근 세 배 가까이 올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스 다곤구에서 '생활용수'를 파는 한 행상의 집을 가보았다.
평소에는 마당에 물수레 예닐곱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가 가 본 날에는 물수레 한 대만 남아있었다. 최근 양곤의 '식수난' 사태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일반 가정보다 물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식당은 그 고충이 더 심하다.
양곤 미양곤구의 한 한인 식당에 들어가니 벽 한편에 1.5L(리터)와 1L짜리 생수통이 머리 높이까지 쌓여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식당 주인은 "수돗물이 안 나오니 일단 생활용수를 사서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에 생수로 헹궈내고 있다"고 설명해줬다.
이 주인은 그러면서 "생수 20L들이 한 통에 600∼1천200짯(약 410∼820원)하던 물값이 지금은 1천200∼2천짯(약 820∼1천360원)으로 두 배가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게다가 20L짜리 큰 생수통을 사기도 힘들어서 작은 물병으로 잔뜩 사야 하는 것도 고충이다. 이래저래 식당 문을 닫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양곤의 서민들은 쿠데타, 코로나19, 전력난에 이어 이제는 먹는 물조차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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