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왜 유명벽화 덧칠했을까…문민정부 흔적 지우기?

입력 2022-03-19 17:51  

미얀마 군정, 왜 유명벽화 덧칠했을까…문민정부 흔적 지우기?
"크메르루주·탈레반 연상시켜" 지적…'협업' 프랑스 대사관도 비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도심 유명 벽화를 쿠데타 군사정권이 전격적으로 지워버리면서 그 의도를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19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군정은 지난 16일 인부들을 동원해 양곤시 중서부 미니공 구(區) 고가도로 벽면에 그려져 있던 대형 공공벽화를 하얀 페인트로 덧칠했다.
벽화는 결국 흰색 페인트에 덮여 사라졌다.
이 벽화는 군정이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로 쫓아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정권 시절이던 2016년 말 그려졌다.
프랑스와 미얀마 정부 그리고 양곤시가 협업해 고가도로의 황량한 콘크리트 옆면을 예술작품으로 채우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성했다.



군정이 갑작스럽게 왜 이 벽화를 페인트로 덧칠해 없앴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라와디는 벽화가 그려진 이후 벽화 주변 공간이 젊은이들에게는 스포츠와 문화 공간이 있는 만남의 장소였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군정에 대한 반감이 큰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이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걸로 보인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양곤 주민은 매체에 군정은 문민정부 시절에 이뤄진 모든 것들을 파괴할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일련의 '문민정부 흔적 지우기'의 연장 선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범으로 수감된 적도 있는 반체제 예술가 테인 린은 이라와디에 "공공 예술을 없애는 행위는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벽화를 공동 제작했던 프랑스의 주미얀마 대사관도 비난 성명을 냈다고 매체가 보도했다.
대사관은 성명에서 "양국의 예술적 협업으로 만들어져 양곤시민에게 제공된 예술 작품이 사라진 데 대해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정이 표현 및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군부는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이후 반군부 인사들을 유혈 탄압하고 있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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