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건설계측관리업체들이 10년간 관련 용역입찰에서 '담합 품앗이'를 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건설계측관리는 건설 공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반의 움직임, 지하수 분포 상태, 기존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테스콤엔지니어링 등 36개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억6천7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흥인이엔씨의 경우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점이 고려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6개사는 2010년 5월∼2019년 5월 대림산업 등이 발주한 건설계측관리용역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들러리 사업자를 합의했다.
그 결과 102건의 입찰에 참여해 계약금액 502억원 상당의 99건을 낙찰받았다.
36개사는 다른 업체로부터 들러리를 서달라는 요청이 오면 그간 도움을 주고받은 내역, 공사 수주 여력 등을 고려해 승낙했고, 입찰일 즈음에 들러리를 요청한 업체가 입찰가격을 알려주면 그대로 써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내역을 날짜 또는 상대 업체별로 정리한 '장부'를 쓰기도 했다.
하나의 입찰 건에 복수의 업체가 낙찰받기를 원할 경우 이 장부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과거 도움을 주고받은 총액을 비교하고 낙찰 예정자를 정한 것이다.
이들 업계에서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 발주처가 입찰을 공고하기 전 특정 계측관리업체가 발주처의 설계 등 업무를 무상으로 도와주는 '선(先) 영업'방식이 흔히 있었는데, 이런 경우 해당 업체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또 이 사건 입찰이 발주처인 건설사가 계측관리 협력업체로 등록한 풀 내에서 지명된 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는 지명경쟁방식이어서 계측업체 입찰 담당 직원들은 반복적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었고, 도움을 주면 향후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담합이 관행화됐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담합의 원인이 중소기업 입찰 담당 직원들의 부족한 법 위반 인식에 있다고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건설계측협회와 함께 이번 사건 조치 내용을 카드 뉴스로 만들어 협회 소속사 전체 임직원에게 SNS로 배포했다.
bo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