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현지에서 소셜미디어로 공유한 중국인 남성이 모국에서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거주하는 중국인 왕 지시안(36)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중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Douyin)에 식료품을 사서 돌아오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이후 러시아군의 공격이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는 큰 곤경에 처했지만, 더우인에는 오히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에 왕은 중국 현지 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우크라이나 현지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는 동영상을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과 더우인, 유튜브 등에 올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가운데는 그가 중국 여권을 들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나치가 아니다. 그들은 IT 프로그래머, 일반 시민, 이발사다. 이들은 그냥 사람"이라고 말하는 영상도 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더우인에 올려진 러시아군 지지 영상들을 보고 화가 났다"면서 "나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전쟁상황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왕의 행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데서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를 비판하지도, 러시아와 대립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지지하지도 않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배치됐던 까닭에 중국 네티즌 일부는 그를 '국가 반역자' 등으로 지칭하며 비난을 쏟아냈다고 CNN은 전했다.
한 네티즌은 왕의 더우인 계정에 "당신은 더는 중국 여권이 필요하지 않다. 당신은 이미 어느 나라 출신인지 잊은 것 같다"며 "국가의 공식적 입장은 모든 중국인의 입장이 돼야 한다"는 비난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한 지인은 왕이 뒷돈을 받고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영상을 올리는 것 아니냐면서 절교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 당국도 왕이 자국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왕은 이러한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의 실상을 알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은 "내가 어떻게 조국을 배신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나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과 영웅들, 내 이웃을 위한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 나는 누가 죽어가는지, 누가 죽임을 당했는지를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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