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가 유럽에 더 많은 가스를 수출하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외교적·상업적 기회를 얻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평가했다.
카타르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대체로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신중한 반응을 통해 서방 국가들에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유럽의 에너지 수입국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카타르는 유럽에 더 많은 가스를 수출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치솟는 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를 증산하라는 서방의 요구를 거부한 것과 대조된다.
외교적으로도 사우디와 UAE는 최근 수년간 아랍 국가 안보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으며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중동 최대 미 공군기지를 보유한 카타르는 지난달 미국의 '주요 비(非) 나토(NATO) 동맹국'(Major non-NATO ally·MNNA)으로 지정됐다.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메신저를 자처하는 등 이란 핵 협상에도 관여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지난 1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알타니 부총리는 모스크바 방문 하루 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이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는 최근 수년간 사우디나 UAE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외교적,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면서도 미국과 파트너십을 강하게 유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 중동특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카타르는 사우디나 UAE와 달리 궁극적으로 자국을 보호할 나라는 하나밖에 없으며 그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카타르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중 하나라는 점이다. 카타르가 유럽에 가스 수출을 늘릴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 시장의 혼란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서방 지도자들은 가스 수입의 30∼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에 가스 공급을 확대하라고 카타르에 촉구하고 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도 가스 추가 생산량의 대부분이 아시아로 수출될 것이라고 밝혔던 이전 입장과 달리 최근 추가 생산되는 LNG는 아시아와 유럽의 고객들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해 유럽 수출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걸프 지역 컨설팅업체 칼리 이코노믹스의 저스틴 알렉산더 이사는 "가스 공급원을 다양화하려는 유럽의 움직임은 카타르에 자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양의 가스를 판매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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