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사면유효 판결에 반발…카스티요 대통령도 판결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 도심의 산마르틴광장에선 수백 명의 시위대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결정을 취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안디나통신과 EFE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후지모리 재임 시절 정권의 탄압으로 희생된 이들의 사진을 들고 "사면은 모욕"(Indulto es insulto)이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로 펼쳐진 후지모리 사면 반대 시위였다.
앞서 페루 헌법재판소는 지난 17일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난 2017년의 사면 결정을 되살린다고 판결했다.
건강 악화를 호소해온 83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며칠 내에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계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중 군과 친정부 민병대 등이 자행한 살인·납치 등과 관련해 2009년 인권침해 등의 혐의로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2032년에 형기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면을 결정했다.
당시 탄핵 위기에 몰렸던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보수 야당과 거래해 사면과 탄핵 반대표를 맞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후 페루 법원은 2018년 10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취소했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교도소로 돌아갔다.
이번 두 번째 석방 결정 이후 미주인권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정의 실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후지모리 정권에서 가족이 실종됐다는 마를리 안수알도는 19일 시위에 동참해 "페루 사법체계의 수치"라며 "후지모리에 대한 2009년 유죄 판결은 페루에 존엄성을 되찾아준 것이었다. 이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고 EFE통신에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게이코 후지모리와 접전을 벌였던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도 이번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미주인권재판소를 통해 사면 결정 취소를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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