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분간 경내서 활보하다 체포…도로 위 차량에서 백악관에 총격 가하기도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백악관 침입 사건 104건…철제 담장 배로 높여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대통령의 업무 공간이자 주거시설인 백악관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지만 경호·보안상의 문제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건·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 DC 한복판에 위치한데다 대중에게 사실상 전면 개방된 구조여서 크고 작은 보안 위협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20년 8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던 도중 백악관 밖에서 들려온 총격 소리에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호위를 받아 황급히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은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약 95m 지점인 워싱턴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 에비뉴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났다.
당시 한 남성이 사람을 죽이겠다고 외치고 사격 자세를 취하는 등 위협하는 행동을 취하다 비밀경호국 요원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2017년 3월 18일에는 하루 사이에 두 건의 침입 시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 검문소에서 남성 한 명이 자신이 몰고 온 차량에 폭탄이 실려 있다고 주장했다가 경호 당국에 체포됐고, 같은 날 오후에는 또 다른 남성이 백악관 철제 담장 앞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를 넘어 담장으로 접근하다가 SS요원에게 제압됐다.
2016년 5월 31일엔 한 여성이 백악관 북쪽 담 너머로 '수상한 물체'를 던졌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이 사람이 던진 물체를 조사한 결과 위험요인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백악관 인근지역이 3시간여 동안 봉쇄됐다.
2014년 10월 22일 오후엔 한 남성이 백악관 북쪽 담을 넘어 20m쯤 나아가다 경호견까지 투입돼 제압된 뒤 체포됐다.
이처럼 백악관 침입 사건의 대부분은 철제 담장을 넘는 과정에 체포되거나 침입하자마자 경호를 담당한 SS요원에 제압당해 체포되는 단순 소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심각한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밤에는 20대 청년이 백악관 경내에서 17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다니다가 체포됐다.
이 문제는 곧바로 대통령 경호 허점 논란으로 번졌고, 줄리아 피어슨 당시 백악관 비밀경호국장이 물러나고 고위직 전원이 교체되는 문책 인사가 뒤따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9월에는 이라크 참전용사 출신의 오마르 곤살레스라는 남성이 흉기를 소지한 채 백악관 담을 넘어 180m가량 질주해 백악관 건물 내부의 이스트룸(East Room)까지 침투했다가 체포됐다.
당시 곤살레스의 차량에서는 총알 800여 발과 손도끼 2개, 마체테 칼(날이 넓고 무거운 칼) 등이 발견됐다.
2011년 11월 11일에는 오스카 오르테가-에르난데스라는 21세 청년이 백악관 앞 도로에 차량을 세워두고 백악관을 향해 총을 발사한 뒤 이로부터 닷새 뒤인 16일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에 없었으며 범인이 발사한 총알은 백악관 건물 외벽과 유리창 등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오르테가-에르난데스에게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반경 24㎞까지 설정된 워싱턴DC의 비행금지구역을 침입하는 소동도 종종 일어났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9년 11월 경비행기가 수도지역(NCR) 상공을 무단 침입해 미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고 백악관의 약 30분간 비상 폐쇄되기도 했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백악관 침입 사건은 모두 104건에 이른다.
다행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에 대한 최고의 위협으로는 2001년 9.11 테러가 꼽힌다.
당시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 조직원에 납치된 4대의 항공기 가운데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각각 공격한 3대를 제외하고,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추락한 나머지 한 대가 백악관 혹은 의회를 노렸던 것으로 추정돼 자칫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당시는 워싱턴 DC가 쑥대밭이 됐지만, 백악관은 상대적으로 직접적 위협에 놓이지는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내 개인 식당에서 당시 상황을 TV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잊을 만 하면 백악관 무단 침입 사건이나 경호 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백악관과 경호당국은 대통령과 그 가족, 백악관 근무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자칫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부각되지 않을까 하는 정치적 부담탓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엔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고육지책으로 백악관을 둘러싼 철제 울타리의 윗부분에 18cm 길이의 뾰족한 못을 추가로 설치하도록 했다.
또 담장 높이를 213cm에서 두 배인 4m 정도로 높이는 대책을 격론 끝에 강구했고, 2019년 여름부터 공사를 시작해 작년까지 진행했다.
지난 2015년에는 SS가 실전적 경호 훈련을 한다는 명분으로 메릴랜드주에 실물 모형의 백악관을 만들어 훈련하겠다며 거액의 예산을 신청해 논란을 빚은 일도 있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