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 지지' 군부 등 돌리고 여당 내 '반란'까지
역대 총리 중 5년 임기 채운 이 없어…이달 말 의회 투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18년 8월 취임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의회 불신임에 몰리는 등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21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아사드 카이세르 파키스탄 하원 의장은 오는 25일부터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관련 회기를 소집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번 회기는 야권의 총리 불신임 투표 요구에 따라 열리게 됐다. 불신임 투표는 오는 28일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의원내각제 정치 체제를 채택한 나라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세력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칸 총리는 크리켓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다 1992년 크리켓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국민적 스포츠 영웅이 됐다.
2018년 총선에서는 반부패, 교육·의료 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며 인기를 얻었다.
파키스탄 하원은 342석으로 여권 연합의 의석수는 180석에 육박, 과반 172석을 넘는다.
여권 연합 가운데 칸 총리가 이끄는 테흐리크-에-인사프(PTI)는 155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칸 총리는 지난해 3월 신임 투표에서도 의원 178명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PTI 소속 의원 20여명이 불신임 찬성표를 던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야권과 이들 여당 내 '반란 세력'은 칸 총리의 집권 기간 경제와 외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부채에 허덕이던 파키스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몇몇 우방의 지원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통해 가까스로 경제 붕괴를 막아내는 중이다.
외교의 경우 지난 몇년간 미국 등 서방과 멀어지고 친중 노선이 강화되면서 국제적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중에 암묵적으로 칸 정부를 지지했던 군부도 '중립적 입장'을 보이며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키스탄 군부는 그간 여러 차례 정권을 잡았으며 지금도 '물밑 정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파키스탄에서는 1947년 독립 후 쿠데타 등으로 정치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어떤 총리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칸 총리는 전날 집회에서 '반란 의원'들을 향해 "돌아오면 용서받을 것"이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식을 용서하듯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불신임 투표가 칸 정부의 붕괴를 바라는 서방의 음모에 의해 추진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칸 총리가 22∼2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려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69년 창설된 OIC는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해 57개 이슬람 국가가 속한 조직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경제 상황을 비롯해 예멘, 리비아 등 여러 이슬람권 국가들의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칸 총리로서는 불신임 투표 직전 국제적 위상을 드러낼 기회를 잡은 셈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칸 총리의 '우군'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특별 초청객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왕 부장이 파키스탄에 이어 네팔과 인도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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