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사이버 공격 눈에 안 띄는 이유는

입력 2022-03-21 16:58   수정 2022-03-21 17:01

[우크라 침공] 러시아 사이버 공격 눈에 안 띄는 이유는
네이처, 서방 사이버 안보전문가 다양한 의견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이후 사이버 공격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개전 이후 사이버 전쟁만 놓고 본다면 이렇다 할 공격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 웹사이트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침투시켜 데이터를 파괴하고 은행 웹사이트를 겨냥한 대규모 '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을 했던 점에 비춰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 사이트는 최근 서방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러시아 측의 사이버 공격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와 전망에 관해 제시했다.
우선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사이버안보정책 연구원 트레이 헤어 박사는 러시아가 상대방의 통신과 조직, 보급망을 교란할 수 있는 사이버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전을 준비하려면 수개월이 걸리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 고위층에서 결정되고 지휘계통을 타고 사이버 작전부대에 전달돼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것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시스템엔지니어 자나 말레코스 스미스는 러시아가 애초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점령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우크라이나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재건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통신시스템을 비롯한 네트워크망을 정보취득 창구로 활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국제분쟁 사이버안보 전문가 로렌 제이비렉은 사이버 공격의 피해가 서방 국가로 확산하면 서방측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러시아 측에서 사이버전 확전을 자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했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마리아로사리아 타데오 부교수는 사이버 공격이 재래식 전쟁을 하지않고 힘을 과시하면서 피해를 주고 누구 짓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있지만 전면전이 시작되면 이런 장점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고 설명했다.
말레코스 스미스는 그러나 지상전이 장기화하고 서방의 제재로 피해를 보게되면 러시아 측이 금융시장과 기업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강화해 똑같은 피해를 주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타데오 부교수는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지난 2021년 랜섬웨어를 이용해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유류 공급을 중단시킨 것처럼 "인프라를 한동안 마비시켜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집단이 나서 전개하는 사이버 공격이 웹사이트를 마비시키거나 훼손하는 등의 낮은 수준으로 전개되지만 자칫 연쇄적인 보복을 불러 확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렇다면 사이버 공격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말레코스 스미스는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받는 제재에 상응하는 피해를 주려할 수도 있지만 서방의 자위권 발동까지 유발할 수 있는 선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지적했다.
타데오 부교수도 댐이나 핵발전소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대규모 물리적 파괴가 초래되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것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만약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물리적 피해가 발생한다면 미국과 같은 나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것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버드대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가 집계하는 국가별 사이버전력 지수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영국 등 다음 순위에 올라있다.
제이비렉은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 협정 제5조가 발동되면 모든 면에서 러시아를 압도할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에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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