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 현지 취재때 "설마 전쟁나겠나"…전쟁에 전혀 다른 나라 돼
"더는 못간다" 택시 거부로 50분 걸어 국경 도착
(체르니우치[우크라이나]=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체류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안전상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재산상 불이익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동의합니다.'
우크라이나 취재를 위해 외교부에 제출한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신청서'의 서약 항목 중 일부분이다.
우크라이나 전역은 지난달 13일부터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됐다. 여행금지 지역에서는 즉시 철수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방문이 금지된다.
다만,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1항에 따르면 '공공이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예외적 입국이 가능하다.
해당 조항에 따라 21∼23일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 21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입국했다.
우크라이나 취재는 이번이 두 번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1월 17∼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도네츠크주(州)의 슬라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를 찾은 바 있다.
다시 방문한 우크라이나의 분위기는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두 달 전 수도 키이우에서 만난 안드레이 마카레츠 씨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체르니우치에서 만난 이고리 씨는 "언제 이 전쟁이 끝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 직접 공격을 받은 곳은 아니라 하더라도, 두 달 전과는 다른 긴장감과 무거운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국경 통과 절차는 오히려 전보다 간소했다.
이날 오전까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루마니아 시레트에서 입국 허가가 나기를 기다리다 허가가 나자 택시로 국경 검문소까지 이동했다.
취재차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것이라고 하자 택시 기사 세르게이 씨는 "다들 도망쳐 나오는데 제정신인가"라고 하더니 "더는 못 간다"며 국경 3㎞ 앞에 내려줬다.
캐리어를 끌고 약 50분가량 걷자 시레트 국경검문소가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 100여 명이 입국 심사를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 또는 노인이었다.
키이우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루마니아로 넘어온 일리냐 씨는 담담하게 "남편은 키이우에 남아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고, 아이들만 데리고 집을 떠나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반대 방향 검문소를 통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크라이나 입국을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와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한 보험증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포루브네 검문소에서는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두 달 전 키이우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는 백신 접종 증명서와 보험증서를 꼼꼼히 확인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된 사례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그러나 소총을 어깨에 멘 포루브네 검문소 국경수비대원은 한국 여권을 내밀자 아무 말 없이 바로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입국 수속에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허무한 마음에 백신 접종 증명서와 보험증서를 내밀었다.
국경수비대원은 피식 웃으며 "코로나가 중요한가. 모든 것이 변했다"(Corona, No matter. Everything changed)라고 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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