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4월 4일까지만 4차례…연말까지 총 47억달러
"OFAC 임시허가 종료 후 첫 지급일 5월 27일이 최대 고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의 외화 표시 국채 상환 만기일이 또다시 임박했다. 지난 16일 만기가 도래한 국채 이자를 지급하면서 1차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넘겼지만, 다른 국채 상환 만기가 속속 다시 돌아와 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6천600만달러(약 807억원)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47억달러(5조7천453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지난 16일은 러시아가 2013년 발행한 달러 국채 2건의 이자 1억1천700만달러(1천419억원)의 지급일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러시아가 이를 달러로 지급함으로써 첫 위기를 일단 무사히 넘어갔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임시 허가서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보내온 돈을 처리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입금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이 자금을 확인한 뒤 채권자들에게 분배했다.
문제는 여전히 줄줄이 남은 상환 일정이다.
러시아는 28일에는 1억200만달러(1천247억원)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이날과 28일 예정된 이자 지급은 국채 발행 조건에 따라 루블 등 대체 통화로 할 수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대체 지급 통화 행사를 하려면 15일 전 공지가 필요하지만 러시아 재무부가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달러 지급에 무게를 실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주 달러로 지급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러시아가 대체 통화 지급 조항을 이용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31일과 내달 4일에는 각각 4억4천700만달러(5천462억원)와 20억달러(2조4천440억원)의 국채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서방의 경제 제재로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제재로 인해 러시아 금융기관과 중앙은행, 국부펀드와의 거래가 금지되지만 OFAC는 5월 25일까지 러시아 중앙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이나 주식의 이자, 배당금, 만기 상환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중요한 고비로는 5월 27일이 꼽힌다. OFAC의 임시 허가가 만료된 후 처음으로 돌아오는 지급일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2026년 만기 달러화 채권과 2036년 만기 유로화 채권을 루블로 역내 계좌에 지급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를 대체(fallback) 옵션으로 거론해왔다.
루블 지급을 허용하는 것은 유로화 채권뿐이므로, 달러화 채권의 디폴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OFAC의 임시허가가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완화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정해진 유예기간 내에 채권을 지급하지 않거나, 달러나 유로 지급이 명시된 채권을 루블로 갚으려 든다면 디폴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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