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평균 30∼40도 높게 관측돼…"열과 습기 실어날라"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남극과 북극 등 극지방 온도가 평년보다 크게 높게 측정됐다고 영국 신문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남극과 북극에서 최근 측정된 기온은 과학자들조차도 놀라고 있을 정도다.
남극 고산 지대에 있는 콩코르디아 관측소에서는 지난 18일 기온이 예년 평균과 비교해 40도 이상 높은 영하 11.8도로 관측됐다.
같은 날 보스토크 관측소 기온도 영하 17.7도를 기록하며, 과거 측정된 최고기온보다 무려 15도나 높게 나타났다.
북극에서도 평년보다 30도 이상 높게 관측됐다.
노르웨이 관측소는 기록을 경신했고, 그린란드와 러시아의 프란츠 요시프 랜드 군도도 이례적으로 따뜻한 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남극과 북극은 전체적으로 AP통신이 1979년부터 2000년 사이에 기록한 평균기온보다 각각 4.8도와 3.3도 높았다.
양극지방 기온이 이처럼 높은 이유에 대해 콜로라도주립대 기후과학자인 자하리 라베 박사는 트위터에 "열과 습기를 극지방으로 실어나르는 바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대 부교수인 알렉스 센 굽타 박사는 호주로부터 불러오는 강풍이 남극 기온을 높인다면서 "남대양에서 호주 남부 지역에 걸쳐 나타나는 여러 극심한 기후 현상이 겹치면서 호주에서 남극 동부로 향하는 강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굽타 교수는 지난 15일부터 남극 지역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해 계속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흔히 '대기의 강'이라고 부르는 현상도 남극 동부 기온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모나쉬대 기후학자인 줄리 아르블래스터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대기 중 습기가 강처럼 흐르면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특정 지역에 보낸다"며 이 습한 공기가 남극의 열을 포집해 대륙의 표면 온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또 "지금 남극의 해빙 면적 범위가 가장 작다"며 "남극 주변에 많은 양의 해빙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해 호주 빅토리아주 모내시대학 지구·대기·환경학교장인 앤드류 매킨도시 교수는 "대기 온난화의 예"라며 "열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열이 내륙의 얼음을 억제하는 빙하 덩어리를 녹여 대양을 떠도는 빙하 조각들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킨토시 박사는 "빙하 덩어리를 잃으면 내륙에 있던 얼음이 더 빨리 대양 속으로 흘러 들어가 해수면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 남극 과학 센터장인 맷 킹 교수도 최근 북극 동부 하안을 따라 표면이 녹고 눈이 부드러워지는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남극의 미래는 북극의 미래처럼 보일 것"이라며 "북극은 지난 50년간 많은 온난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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