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스 국방 "크렘린에 상황 그만큼 안좋다는 뜻" 맞받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의 핵개발을 지지하는 듯 보이는 허위영상을 러시아가 유튜브에 유포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측의 허위영상 공개는 영국 총리실이 월리스 국방 장관과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 등에게 지난 주에 걸려온 사기 영상통화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확인한 지 수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불법적인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 선전전 차원에서 월리스 장관 등을 상대로 이뤄진 사기 통화의 조작판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월리스 장관은 지난 17일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를 사칭한 인물이 영상통화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통해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월리스 장관은 당시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 등 여러 질문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통화 도중 미심쩍어 전화를 끊은 뒤 조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월리스 장관의 우려대로 러시아 측이 이날 유포한 영상에는 그가 우크라이나의 핵개발을 지지하는 듯한 답변이 포함됐다.
'파트 1: 핵무기'라는 제목이 붙은 해당 영상에는 당시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월리스 장관이 차량을 타고 이동 중 슈미갈 우크라 총리 행세를 하는 사람과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에서 슈미갈 총리를 사칭한 인물은 월리스 장관에게 러시아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을 찬성하냐는 질문을 던졌고, 월리스 장관은 "러시아는 그것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슈미갈 총리 행세를 한 인물은 "물론 그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것은 중요한 질문"이라며 대답을 재차 종용했다.
월리스 장관은 이에 "그런 (중대한)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영국)총리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친구인 우크라이나가 한 선택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변하는 것으로 해당 영상은 마무리된다.
월리스 장관은 영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등장하는 허위 영상통화가 유포되자 트윗으로 맞받았다.
월리스 장관은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영국에 망명한 러시아 전직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상대로 어설픈 독살을 시도한 두 러시아 용의자의 사진과 함께 "이런 사기 영상에 의존할 만큼 크렘린에 상황이 매우 나쁘게 전개되나 보다. 이는 자신감 있는 정부의 행동이 아니다"라는 글로 러시아를 꼬집었다.
월리스 장관은 또한 해당 영상을 "완전한 쓰레기"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이 해당 통화에서 영국은 핵무기 비확산국 서명국이라는 점 등도 강조했으나, 공개된 영상에서는 대화의 일부만 잘려 조작됐다고 텔레그래프에 설명했다.
또한, 당시 통화에서 자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에 대한 불법 복속 역시 비난했으나 이런 부분도 유포된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유포된 영상은 블라디미르 보반 크라스노프와 그의 파트너인 알렉세이 렉서스 스톨야로프의 계정으로 공개됐다면서, 이들이 2020년 덴마크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사칭해 해리 영국 왕자를 속인 적이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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