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암호화폐 전문가, 대북제재 위반 활동에 한국인 이용 시도"

입력 2022-03-23 09:45  

"美암호화폐 전문가, 대북제재 위반 활동에 한국인 이용 시도"
VOA, 미 검찰 인용 보도…"한국인이 북한에 이더리움 송금하도록 할 것"
작년 검찰 문건엔 서울시 도움받으려던 정황도…"그리피스에 징역 63∼78개월 구형"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전문가가 대북제재 위반 활동에 한국인을 이용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미 재판부에 제출한 버질 그리피스에 대한 양형각서(Sentencing Memorandum)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23일 보도했다.
그리피스는 이더리움 재단에서 일하다 지난 2019년 4월 평양에서 열린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에 강연자로 참석했으며 이후 북한에 국가 기밀과 기술을 전수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된 인물이다.
양형각서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방북을 앞둔 2018년 6월 'CC-5'로 명명된 한국의 사업 연락책에 이메일을 보내 북한에 '이더리움 노드(node·가상화폐 거래가 유효한지 확인하고 중복거래를 막는 정보를 가진 일종의 서버)' 구축 추진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이 연락책은 이메일 답장에서 한국 정부가 그리피스가 소속된 이더리움 재단 지원에 개방적이라면서 "(서울) 이더리움 연구센터를 지원하고 북한에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나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연락책은 같은 해 7월 이메일에선 자세한 설명 없이 "북한 노드 구축 아이디어가 고려됐지만 북한 개성공단은 현재로선 물품 생산에만 집중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는 잠시 미뤄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당시 전면 중단된 상태여서 여기서 언급된 '개성공단'은 다른 의미를 지닌 암호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리피스는 방북 이후인 2019년 8월에는 미상의 인물과 대화에서 북한에 1이더리움을 송금하고 싶다며,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고자 "한국인이 (송금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며칠 후 그리피스는 '개인-6'으로 지칭된 한국 국적자를 대리인으로 이용해 북한에 암호화폐를 송금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양형각서는 밝혔다.
미 검찰은 지난해 9월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에선 그리피스 등이 북한에 이더리움 노드를 구축하는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의 도움을 받으려 한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VOA는 전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2018년 8월 17일 텔레그램 메시지로 이더리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장'을 언급한 뒤 "그는 이전에 북한에 노드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면서 "한국은 그런 제재를 위반하는 게 허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VOA는 설명했다. 2018년 당시 서울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한편 미 검찰은 그리피스에 대해 63개월에서 78개월 범위의 징역을 구형하고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그리피스가 "적대적인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국의 제재 회피를 선택한 미국인"이라면서 자신이 전수한 기술이 북한의 제재 회피 목적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인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리피스는 지난해 9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대북제재법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법은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 서비스 또는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법 위반자에게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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