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세포 내 축적 → 염증성 근 위축 유발
스페인 'IRB 바르셀로나' 연구진, 저널 '노화 세포'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나이가 들어서 근육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는 걸 학계에선 노화성 '근육감소증'(sarcopenia)이라고 한다.
고령자에게 많이 생기는 근육감소증은 신체가 퇴행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령자의 근 위축이 심해지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자력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유형의 근 위축은 만성 염증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근육의 만성 염증을 고령자 근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한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어느 연령대에 어떤 이유로 이런 염증이 생기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생물의학 연구소(IRB 바르셀로나) 과학자들이 마침내 노화성 근 위축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기능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제때 폐기되지 않고 세포 내에 쌓여 만성 염증과 근육감소증이 온다는 게 핵심이다.
과학자들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제거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BNIP3)도 확인했다.
이 단백질 수위가 높으면 근육의 노화가 더 바람직하게 진행되는 거로 나타났다.
IRB 바르셀로나의 안토니오 소르사노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노화 세포'(Aging 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바르셀로나대의 생물학 교수인 소르사노 박사는 IRB 바르셀로나 산하 '복합 대사질환 미토콘드리아 랩(lab)'의 책임자다.
2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가 항상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인간은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노화하면 '세포 발전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면 미토콘드리아의 ATP(세포 에너지 단위) 생산 효율이 떨어지면서 해로운 활성산소 배출이 늘어난다.
세포는 이렇게 노화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해 재활용하는데 이 과정을 '마이토파지'(mitophagy)라고 한다.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쉬지 않고 세포를 청소해야 한다.
마이토파지는 오토파지(Autophage·자가포식)와 함께 필수적인 '세포 청소' 과정으로 꼽힌다.
결함을 가진 미토콘드리아가 노화 세포에 쌓이는 것도 마이토파지가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토파지가 고장 난 것에 대한 보상 작용으로 BNIP3(BCL2 상호작용 단백질 3)의 발현도가 높아진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BNIP3는 결함이 생긴 미토콘드리아의 외막에 달라붙어 소멸을 유도했다.
BNIP3는 또 리소좀(lysosomes)이 더 활발히 작용하게 부추기는 역할도 했다.
리소좀은 노화한 세포 소기관 등에서 나온 단백질 노폐물을 효소로 녹여 아미노산으로 바꾸며, 이런 재활용 아미노산은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따라서 나이가 들었을 때 BNIP3 수치가 낮으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에 많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BNIP3가 많이 생기고 어떤 사람은 훨씬 적게 생긴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생쥐 모델, 배양 세포, 젊은 지원자와 고령 지원자의 조직 샘플 등을 다양하게 썼다.
하지만 BNIP3 수치의 개인차가 큰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
소르사노 교수팀은 높은 수위의 BNIP3와 연관된 혈액 생물지표를 찾는 데 다음 연구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BNIP3 수위를 결정하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 과제다.
아울러 나이가 들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마이토파지가 왜 잘 작동하지 않는지, 그리고 대략 몇 세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