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 주재 맥필즈 대사 "쉽지 않았지만 계속 침묵할 수 없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주기구(OAS) 주재 니카라과 대사가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정권을 '독재 정권'이라고 지칭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대사직 사의를 표명했다.
아르투로 맥필즈 대사는 23일(현지시간) 미주기구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 나라 독재 정권을 고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 침묵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옹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주기구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 미주 대륙 3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지난해 오르테가 대통령이 야권의 주요 대선 주자들을 수감한 채 대선을 치러 통산 5선에 성공하자 미주기구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라고 비난했고, 오르테가 정권은 이에 반발해 OAS 탈퇴 절차를 밟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미주기구 대사로 부임한 맥필즈는 이날 영상에서 자신이 177명의 정치범, 350명 이상의 반정부 시위 사망자를 대신해 발언하는 것이라며 "비록 두렵더라도, 나와 내 가족의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니카라과엔 독립적인 정당도, 신뢰할 만한 선거도 없고 권력 분립도 없다"며 오르테가 대통령을 향해 "니카라과 안팎의 사람들은 독재정권에 지쳤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맥필즈 대사는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오르테가 정권 내부 인사가 정권에 대해 이례적으로 소신 발언을 하자 루이스 알마그로 OAS 사무총장은 "이게 바로 윤리적으로 올바른 입장"이라며 맥필즈 대사의 '용기'를 칭찬했다.
1979년 친미 독재 정권을 몰아낸 좌파 혁명가 출신의 오르테가 대통령은 혁명 직후인 1979년부터 1990년까지 권력을 잡은 데 이어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오르테가 정권은 지난 2018년 반정부 시위 이후 야권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수감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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