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보트엔 여행가방, 바닥난 물병…"비자 못받아 인도행 항공기 못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코로나19로 2년간 '생이별'한 아내를 만나려고 고무보트에 의지한 채 2천km가 넘는 바닷길을 건너 인도로 가려던 것으로 알려진 한 베트남 남성의 사연이 태국 언론에 보도됐다.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베트남인 호 호앙 흥(37)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태국 남부 팡응아주 시밀란 군도에서 14km 떨어진 바다 위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젓고 가던 중 인근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
이 남성은 선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군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어선에 묶여 있던 2.5m 길이의 고무보트 안에는 물이 거의 남지 않은 플라스틱 물병과 사발면 10개 가량 그리고 여행용 가방 하나가 있었다.
베트남 남성은 자신이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젓고 있던 것은 인도로 가기 위해서라고 해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뭄바이에 사는 인도인 아내와 2년 전에 결혼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만나지 못하고 생이별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아내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해 인도행 비행기로 갈아타려고 했지만, 비자를 받지 못해 그럴 수 없었다는 게 흥씨의 설명이다.
항공기로 갈 수 없게 되자 흥씨는 방콕에서 버스를 타고 남부로 향했다. 그리고 팡응아주에서 공기로 팽창시키는 고무보트를 샀다.
그곳에서 2천km 가량 노 저어 가면 인도에 닿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뒤 같은 달 5일 바다 위에 고무보트를 띄웠다는 것이다.
태국 해군은 이 남성이 출발한 곳에서 인도 동부 해안까지는 약 2천16㎞ 정도라고 봤다.
진술대로라면 태국 어선이 흥씨를 발견한 시점은 그가 바다에서 18일을 머문 뒤다.
해군과 해상경비 당국은 흥씨를 일단 시밀란 국립공원 사무소로 데려가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비자도 받지 않은 채 인도행 항공기를 타려 했다는 설명 등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어 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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