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블랙박스 수색에 총력…산악지대·넓은 수색범위·폭우 등 난항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승객과 승무원 132명을 태운 채 산악지대로 떨어진 중국 동방항공 국내선 여객기의 블랙박스(자동 기록장치) 일부가 회수돼 추락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전날 오후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의 사고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중 하나를 수거했다.
당국은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발견된 블랙박스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로 보인다며 수리와 판독 등을 위해 베이징으로 운송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비행경로에 대한 기록을 담는 비행기록장치(FDR·Flight Data Recorde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Cockpit Voice Recorder)로 불리는 2대의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는데, 이날 발견된 장치가 CVR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CVR은 기장과 부기장 등의 음성과 조종실 내 소음 등을 4개 채널에 걸쳐 기록할 수 있으며 기록 시간은 약 2∼3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고기가 이륙 후 1시간여 만에 추락한 만큼 비행 기간 경로 기록이나 조종석 교신 내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착 예정지인 광저우 관제구역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뒤 갑자기 수직에 가깝게 추락하게 된 배경이 담겨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왕야난 중국 항공우주잡지 '항공지식' 편집장은 "CVR의 외관이 일부 손상됐지만, 상대적으로 완전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이 장치에는 조종사 간 대화, 조종사와 지상 간의 통화 등 모든 대화가 녹음돼 사고 발생 전체 과정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VR과 FDR을 함께 분석하면 비교적 빨리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며 "CVR이 발견된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FDR이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R에는 비행기 고도, 속도, 바람 등을 비롯해 비행기 자세, 조종 면의 움직임, 엔진의 추력, 랜딩기어의 작동, 착륙할 때 내려오는 플랩(고양력장치)의 각도, 전기 공급, 공기압 등이 담겨 있다.
중국 당국도 생존자 수색과 함께 추가 블랙박스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산악지대에 추락한데다 수색 범위가 넓고 비까지 내려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전날 오전에는 강한 비가 내려 수색 작업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고, 이날 오전에도 수색 현장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현지 소방당국 관계자는 "산속 지형이 복잡하고 사고 여객기의 잔해가 산 너머에서도 발견되는 등 수색 범위가 넓어 어려움이 있다"며 "비까지 내리면서 소규모 산사태가 우려되는 등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을 놓고 각종 소문이 무성하자 동방항공은 사고 당시 조종실에 기장과 조종사 등 3명이 탑승해 있었고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동방항공 측은 "기장은 2018년 1월 B737 항공기의 기장으로 임용돼 6천709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고, 제1조종사와 제2조종사도 각각 3만1천769시간과 556시간의 비행경력이 있다"며 "이들은 평소에도 잘 어울렸고, 가정도 화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영 중국망은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이날 '보잉의 몰락은 미국 제조업 쇠퇴의 축소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행기 자체 결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결함이 드러날 경우 사고 기종은 민항국의 기준에 부합될 때까지 운항 정지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앞서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을 태운 중국 동방항공 소속 MU5735편 여객기는 21일 오후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도중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텅현 인근 산악 지역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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