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저수지 ESS' 육성 선언…"2030년까지 190조원대 성장"

입력 2022-03-24 13:04  

중국 '전기저수지 ESS' 육성 선언…"2030년까지 190조원대 성장"
'신형 에너지저장 발전안' 발표…2030년 '글로벌 선두' 목표
전기차용 이어 배터리 시장 대형 수요 창출 전망…'핵심 기술 자주화' 조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핵심으로 한 자국의 '신형 에너지 저장'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으로 묶은 ESS는 안정적 수자원 이용을 위해 저수지에 물을 모아 놓은 것처럼 전기를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하는 장치다.
24일 증권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전날 합동으로 '14차 5개년(2021∼2025) 신형 에너지 저장 발전 실시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 방안에서 현재 상업화 초기 단계인 신형 에너지 저장 산업이 2025년까지 규모를 갖춘 상업화 응용 단계에 접어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까지는 신형 에너지 저장 산업이 전면적 시장화 발전 단계에 도달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30년은 중국이 자국의 탄소 배출 정점 도달 목표로 제시한 해다.
중국은 2030년까지 ESS 분야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관련 산업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시장 시스템, 상업 모델, 표준 체계를 전면적 성숙화하고 (ESS를) 전력망 각 부분과 심도 있게 융합시켜 나갈 것"이라며 "신형 에너지 저장 산업의 핵심 기술 및 장비를 자주적으로 통제하는 가운데 기술 혁신 및 산업 수준이 세계 선두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이번 방안에서 ESS 확충과 관련한 양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중국의 ESS 산업은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과 한 데 맞물려 육성되고 있다.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도달,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를 정한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석탄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2025년 '20% 안팎'에 이어 2030년 '25% 안팎'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단계적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중국은 네이멍구자치구, 신장자치구, 시짱(티베트)자치구, 윈난성, 쓰촨성 등 서북부 지역에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시설을 결집한 초대형 청정에너지 클러스터들을 조성하고 있다.
또 중국은 동부의 방대한 해안선을 따라 대형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빠르게 건설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풍력·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의 발전 설비 용량은 10억㎾(1천GW)를 넘어섰다. 이 중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도 각각 3억㎾를 넘었다.
하지만 풍력·태양광 발전의 경우 전력 생산량이 바람과 일조량 등 자연조건에 따라 들쭉날쭉해 안정적 전력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친환경 에너지 발전 클러스터마다 대용량의 ESS를 설치해 전력 안정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을 통해 수요보다 많은 전기가 생산될 때는 ESS에 먼저 보관이 되고, 반대로 자연조건 탓에 생산량이 부족할 때는 저장된 전기를 내보냄으로써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전기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ESS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에 이어 거대한 규모의 새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중신증권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ESS 설치 수요가 2022년 32.7GW(기기와트·1GW=100만㎾)에서 2025년 93.2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치 우시디지털경제연구원 원장은 증권일보와 인터뷰에서 "2021년 말 우리나라의 누적 ESS 설치 규모가 400만㎾(4GW)에 달했다"며 "보조금, 대형 신에너지 프로젝트 ESS 설치 의무화 등으로 2030년까지 신형 에너지 저장 산업 시장은 1조 위안(약 19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ESS의 대규모 확충으로 중국 내 배터리 수요가 향후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평가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핵심 기술 및 장비의 자주화'를 명시했는데 이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나 비야디(比亞迪·BYD)에는 유리하게, LG에너지솔루션 등 해외 경쟁 기업들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과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비약적 발전 과정에서도 중국 정부는 자국 표준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면서 외국 업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해야 했다는 평가가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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