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폴란드 인근까지 폭격해 확전 가능성 점증
나토, 동유럽 군사력 증강…안보 우려 해소 방안 마련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동부 최전선인 폴란드는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들어온 난민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는 피란민의 대피로뿐 아니라 서방이 지원하는 무기 수송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에서 우크라이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으나 우크라이나가 전란에 휩싸이면서 폴란드에 가장 먼저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가 존망의 갈림길에 처한 우크라이나와 약 600㎞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폴란드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된 처지다.
즈비그뉴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불과 200㎞ 떨어진 벨라루스의 군기지에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기지 역할을 한 벨라루스는 자국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투입해 참전할 가능성까지 나오는 터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대규모의 병력과 무기를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 벨라루스에 이동 배치했다.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이 끝난 후에도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벨라루스에 주둔한 병력을 동원했다. 러시아군은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폴란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미 폴란드 국경에서 멀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의 군사 훈련장에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미사일 폭격을 가해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이 지원한 무기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수송로를 거쳐 주요 전선으로 공급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이번 공격은 러시아 당국이 지난 12일 나토 동맹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운송하는 것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벨라루스가 참전한다면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서부에 투입돼 서방의 군사원조를 차단하려 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 직접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뿐 전투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폴란드는 서방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원한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큰 지정학적 계획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조국뿐 아니라 동유럽 이웃 국가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영토적 야심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정상은 전쟁터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전격 방문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보는 관점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15일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함께 키이우에 온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여당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친스키 대표는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비무장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카친스키 대표는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의 쌍둥이 형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카친스키 전 대통령은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오늘은 조지아지만 내일은 우크라이나, 모레는 발트 국가, 그 이후에는 폴란드가 될 것"이라고 말해 지금의 상황을 예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 개입을 원하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이에 소극적인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미국과 서유럽 나토 동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웃 폴란드 등 제3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은 나토 조약 5조에 따른 동맹 전체의 자동 개입이 이뤄지지 않지만, 폴란드로 전쟁이 번질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
나토의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나토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에 인접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에 이미 주둔한 5천 명 규모의 병력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3천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파견하기로 했다. 또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1천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나토는 동유럽에 주로 순환 배치 병력을 유지했으나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를 영구 주둔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토의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고 러시아 국경 부근, 특히 폴란드와 같은 나라에 나토 병력이 영구적으로 주둔할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유럽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과 동유럽 군사력 증강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은 폴란드 등 동유럽에 새로운 미군 기지를 건설하고 미군 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한 뒤 25일에는 폴란드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폴란드 방문은 폴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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