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스페인 전 국왕, 전 연인 위협 혐의 면책 안된다"

입력 2022-03-25 01:14  

영국 법원 "스페인 전 국왕, 전 연인 위협 혐의 면책 안된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법원이 전 연인 위협 혐의로 소송에 휘말린 후안 카를로스 1세(84) 전 스페인 국왕에게 왕족 면책권이 적용되지 않으며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24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은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의 사적인 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스페인이나 영국 법에서 면책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AP와 AFP 등이 보도했다.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사실상 망명 중인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정보기관을 동원해 전 연인인 덴마크 사업가 코리나 추 자인 비트겐슈타인(58)을 위협한 혐의로 피소됐다.
비트겐슈타인은 작년 12월 영국 법원에 "정신적 고통과 불안, 굴욕 등의 피해를 보았다"며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의 위협은 왕위에서 물러나기 2년 전인 2012년 시작됐다. 결별 후 관계 재개 요구를 거절한 것이 원인이라고 비트겐슈타인 측은 주장했다.
전 국왕은 스페인 비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CNI) 국장이던 펠릭스 산스 롤단 장군을 보내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비트겐슈타인의 아이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1세 전 국왕 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피소 당시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이런 행위들이 이뤄졌다면 그것은 국왕의 공적자격에 의한 것이므로 면책권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트겐슈타인 측 변호인은 이날 법원 결정은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지위, 권력, 특권 뒤에 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2020년부터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으며 최근 자신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스페인과 스위스 검찰이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스페인 방문 의사를 밝혔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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