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후보 좌파 페트로, 환경운동가 마르케스 러닝메이트로 지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오는 5월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과 흑인 여성 부통령이 동시에 탄생할 수도 있게 됐다.
대선 여론조사 선두 후보인 구스타보 페트로(61)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인 프란시아 마르케스(40)를 낙점해 발표했다.
변호사인 마르케스 지난 13일 치러진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경선에서 페트로에 이어 2위를 했던 인물이다.
5월 29일 대선을 두 달여 남겨둔 현재 페트로·마르케스는 당선에 가장 근접한 후보다.
페트로 후보는 지난해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았고, 최근 주요 정당의 경선이 마무리돼 후보가 확정된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지켰다.
지난 2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얀하스의 조사에서 페트로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우파연합 후보 페데리코 구티에레스(47)의 지지율이 경선 전보다 급등하며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 페트로의 절반인 19%에 그쳤다.
페트로가 당선되면 콜롬비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을 갖게 된다.
현직 상원의원은 페트로는 1980년대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으며, 2012∼2015년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냈다.
2010년 대선에 출마해 9%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고, 2018년 두 번째 도전에서 결선까지 진출했다가 이반 두케 현 대통령에 패했다.
콜롬비아의 경우 1990∼2000년대 중남미에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한 핑크 타이드 때에도 우파 정권이 자리를 지켜왔는데 이번 대선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중도우파 정권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든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등을 통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특히 젊은 세대와 서민층이 페트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가 당선되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 중 브라질을 제외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브라질도 10월 대선에서 좌파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마르케스는 첫 좌파 부통령이라는 타이틀 외에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라는 새 역사에도 도전한다.
환경 운동가이자 변호사, 두 아이의 엄마인 마르케스는 2018년엔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먼 환경상'을 받았다. 수자원 보호를 위해 싸우다 2019년 피살 위기를 겪기도 했다.
콜롬비아 전체 인구 중 아프리카계가 10%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사회 지도층 중엔 그 비율이 극히 낮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마르케스 외에도 흑인 후보들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중도연합 대선 후보 세르히오 파하르도도 전날 부통령 후보로 환경장관을 지낸 흑인 루이스 힐베르토 무리요를 지명했으며, 이 밖에도 3명의 흑인 부통령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엘티엠포와 세마나는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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