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핀·마카리우 당국자 "탈환은 아냐"…러 보급로 차단 주효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역공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각 교전지에서 러시아군의 진군 지체가 아닌 패퇴 여부에도 주목할 시점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역공세는 곳곳의 전선에서 관측된다.
전날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아조프)해 베르단스크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군함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의 공항에 배치했던 헬기들이 모두 이동한 장면이 담긴 위성 사진을 토대로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후퇴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측은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전선에서도 러시아군이 패퇴했다고 주장한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23일 "우리 군이 오늘 이르핀의 거의 모든 마을을 탈환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도시 이르핀은 키이우를 노린 러시아 주력 병력이 빠르게 진격했던 지역이다.
22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러시아 병력을 키이우 교외 도시 마카리우에서 몰아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도 23일 보고서를 내고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동쪽 지역에서 공세를 펴고 있으며 마카리우를 탈환한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NYT는 이런 도시 탈환 소식들을 현재로선 명확히 검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르핀의 한 경찰 간부는 NYT와 통화에서 여전히 러시아군이 도시 내 몇몇 구역을 점령 중이며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일진일퇴의 전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바딤 토카르 마카리우 시장도 NYT에 도시 탈환 소식을 두고 "어디서 이런 터무니 없는 소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러시아군에 포를 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진술과 유사한 내용으로 전황 평가를 수정해 내놓기도 했다.
24일 키이우가 속한 키이우주(州) 군을 이끄는 올렉산드르 파블류크는 이르핀과 마카리우에서 진전을 보였지만, 이들 지역의 통제를 회복했다고 확인하진 않았다.
미 싱크탱크인 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전쟁이 이제 '불확실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현재 어느 군이 마을·도시에서 진군하는 데 성공했는지 알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어느 지역을) 통제하는지 알지 못하면 지상전의 기세를 누가 잡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NYT는 전황이 이 같이 불투명하다는 사실 자체가 병력 열세 탓에 초기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우크라이나군이 선전 중이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우크라이나의 선전이 곧 전략의 성공이라고 해설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하급 지휘관들에게 담당 지역에 맞는 전술을 도입하라고 지시했고 다수 지휘관이 소규모 보병 부대를 통한 정찰, 매복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적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전략이 러시아 진군을 늦추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국방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적의 보급선을 끊는 전술에 주력한 우크라이나군의 역공세가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진격을 성공적으로 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이 현재 물자 부족과 추위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3일 러시아군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감청 내용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남부 요충지 미콜라이우 인근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교신을 감청한 결과 러시아 전투기는 아군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고, 부대 병력 절반은 동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감청 내용을 토대로 러시아군이 연료, 탄약 등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프먼은 "러시아가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수주 간 전쟁을 지속하고 싶다면, 러시아군은 전략이나 목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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