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사외이사 안건 표대결…'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은 회사안 선택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에 맞서는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재도전 승패가 25일 판가름 난다.
박 전 상무는 올해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문제에 대해 회사 이사회가 결의한 안건에 반대하며 별도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는데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국민연금의 찬성에 힘입어 올해도 조카와의 표 대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회했다.
당초 오전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참석 주주와 의결권 위임, 검표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1시간 30분 늦게 개회됐다. 주총 현장에는 약 70여명의 주주가 직접 참석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우수한 실적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며 "올해도 핵심사업 강화와 신규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목표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의 안건은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4개다.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는 이중 이익배당,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회사와는 다른 별도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회사 이사회는 작년도 이익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원(우선주 1만50원)을 결의했지만, 박 전 상무 측은 배당이 실적에 비해 적다며 보통주 1주당 1만4천900원(우선주 1만4천950원)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선 회사는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와 박영우 환경재단 기획위원을 후보로 올렸고, 박 전 상무 측은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제안했다.
박 회장 측은 본인의 지분 6.7%에다 아들 박준경 부사장(7.2%), 딸 박주형 전무(1.0%) 지분을 합해 총 14.9%를 보유하고 있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10.2%로 늘어난다.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의 지분율 차이는 5% 미만이지만,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조카와의 표 대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평가가 우호적이고, 이사회 교체시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도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은 "향후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낸 이익배당 안건이 더 적정한 수준"이라며 회사의 이익배당 안에 찬성했다.
아울러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등 전체 안건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 대신 회사안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6.8%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주총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해 배당,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에 관한 주주제안을 냈지만, 모든 안건의 표 대결에서 밀려 완패했다. 이후 박 전 상무는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호석유화학에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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