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요소수 품귀로 연결된 중국 비료수출 통제 향배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식량 안보'를 잇달아 강조해 주목된다.
25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23일 농업농촌부 시찰에서 "최근 국제정세가 복잡·엄준하고, 물가는 대폭 상승하고, 농산품 시장의 파동이 심화하는 등 불안정 요인이 늘고 있다"며 "농업 생산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우리나라의 양식과 중요 농산물은 재고가 충분하고 공급이 보장되지만 우리는 항상 스스로 식량 안보의 끈을 조이고 안정적인 국내 생산과 공급 확보로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6일 농업계를 포함한 각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식량 안보는 국가의 중대사"라며 "식량안보 문제에서 한치의 느슨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시장에 의지해서 해결하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며 자급을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25일자 1면 기사에서 "(식량 등) 1차 생산품 공급을 잘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 전략적 문제", "중국인의 밥그릇은 언제든 자기 수중에 있어야 하며, 밥그릇은 주로 중국 곡물로 채워야 한다"는 등 시 주석의 관련 발언을 소개하며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앞서 인민일보는 러시아의 침공 전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달 18일에도 1면 톱 기사를 통해 "절대로 먹는 문제, 이 기본 생존의 문제에서 타인이 우리의 목을 조여서는 안 된다. 식량 안보에 추호도 느슨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식량 안보 강조는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밀을 필두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상승하고 주요 비료 수출국인 러시아의 비료 공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국제적으로 비료 수급난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대 중국 주요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상황도 중국의 식량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해관총서(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약 32억 달러(약 3조9천억원) 규모의 곡물을 수입했다. 중국은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3위 수입국이며, 우크라이나산 옥수수의 최대 수입국이다.
아울러 작년 중국에서 빈발한 수재로 인한 중국 국내 작황 관련 우려도 감안됐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급변 속에 당장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뿐 아니라 대만 문제로 서방과 극한 대치를 하게 됨으로써 해외발 식량 수입이 어렵게 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채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식량 안보 강조는 비료 수출 통제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년 요소수 대란을 겪은 한국에도 시사점이 작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추·동계 밀 재배기에 전력난과 석탄(요소의 원료) 생산 차질이 겹치면서 비료 공급난이 불거지자 작년 10월 요소 등 화학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이 통제됨에 따라 중국산 요소에 크게 의존해온 한국에서 심각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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