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에 역할…디지털 시대 전환 과제 맡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5일 하나금융그룹 새 수장으로 낙점된 함영주 신임 회장은 상고 출신의 말단 은행원에서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나은행장 시절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은행산업이 비대면 디지털 시대로 급속히 바뀌는 변곡점에서 하나금융의 환골탈태를 도모해야 할 더 큰 중임을 맡게 됐다.
◇ 상고 출신 은행원에서 4대 금융지주 회장으로
은행장 시절부터 함 회장을 따라다닌 수식어는 '고졸 신화'다.
충남 부여군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상고(강경상고)에 진학한 그는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이듬해 단국대 회계학과에 진학해 주경야독하며 학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하나은행에서 충청영업그룹을 이끌며 영업실적 전국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주변에선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함이 강점으로 꼽는다.
시골에서 태어나 남 앞에 나서기를 수줍어했고 웃을 때 입을 가리고 웃어서 '미스 함'이란 별명이 붙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적 기억이 오히려 자신을 낮추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챙기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함 회장은 회고한 바 있다.
충청영업그룹을 이끌었던 그가 2015년 당초 주요 후보군을 제치고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것은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통합은행장 취임 후 교차 인사발령 등을 통해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과 외국환 업무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이 시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했고, 결국 두 은행의 통합을 큰 무리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086790] 부회장을 겸직했고, 2019년부터는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으로 그룹의 전략, 재무 기획 등을 총괄하며 김정태 전 회장의 뒤를 이을 '이인자' 역할을 해왔다.
◇ 디지털 전환시대…'덩치만 큰 공룡' 탈피 과제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하나금융을 이끌게 될 함 회장 앞에 주어진 과제는 적지 않다.
그의 전임인 김정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기존 은행권에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극적인 변화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빅테크와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말이다.
디지털 전환 외에도 종합금융 그룹으로서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비은행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이 함 회장 앞에 주어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함 회장은 채용 업무방해 혐의 관련 형사재판과 금융당국의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등 2건의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 형사재판은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은 패소했다.
최종 판결이 아니어서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법적 하자가 없지만 주주총회 선임 결정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함 회장 임명을 반대해야 한다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 및 시민단체 주장이 나온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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