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부당사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3년만에 수면위로

입력 2022-03-25 16:02   수정 2022-03-25 18:20

'공공기관장 부당사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3년만에 수면위로
자유한국당, 2019년 백운규 전 장관·이인호 전 차관 등 고발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검찰이 25일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산업부의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9년 1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문제 제기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산업부 산하 한국전력[015760]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산업부 윗선의 압박으로 일괄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백운규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에 더해 당시 운영지원과장과 혁신행정담당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았던 김도읍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2017년 9월 산업부 담당 국장이 발전사 사장들을 개별적으로 광화문에 있는 모 호텔로 불러내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산업부 국장이 사표를 이미 출력해놓은 상태에서 사장들에게 도장만 찍도록 했다는 주장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한전 자회사 사장은 남동발전 장재원 전 사장, 남부발전 윤종근 전 사장, 서부발전 정하황 전 사장, 중부발전 정창길 전 사장이다.
이들이 2017년 9월 일괄 사표를 제출할 당시 잔여 임기는 각각 2년 2개월, 1년 4개월, 2년 2개월, 1년 4개월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이후 산업부 산하 다른 공공기관 4곳의 기관장들도 산업부 장·차관의 압박을 받아 일괄 사표를 냈다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고, 백 전 장관 등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해당 공공기관장은 무역보험공사 문재도 전 사장, 지역난방공사[071320] 김경원 전 사장, 에너지공단 강남훈 전 사장,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 김영민 전 사장이다.
이들의 사표는 각각 2018년 6월 1일, 6월 4일, 5월 30일, 6월 1일 수리됐으며 당시 임기는 각각 1년 9개월, 1년 1개월, 1년 4개월, 6개월이 남아있었다.
당시 김 의원은 "산업부 운영지원과장이 장·차관의 하명을 받고 해당 각 실장, 국장에게 분배해 사표를 받는 구조였다"며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2019년 5월 장재원 전 남동발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한전 4개 자회사의 전 사장들을 조사했다.
의혹 제기 당시 산업부는 블랙리스트는 없으며, 사퇴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블랙리스트는 없고 산업부에 산하 기관장 사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그분들은 자발적으로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산업부는 검찰이 3년 만에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과 관련,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으나 '정권 교체기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환경부 사건의 경우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재판에 넘겼으며 지난 1월 대법원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신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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